<사설>수도권 陸·海·空 방위력 현저히 떨어뜨린 군사합의

송영무 국방장관과 로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19일 평양에서 지상·해상·공중에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사실상 남북 간 불가침 선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실질적 종전선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방적으로 한국의 방위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비대칭적 합의’다. 오는 11월 1일부터 그대로 실시되면, 서울 등 수도권은 육·해·공(陸海空) 전 영역에 걸쳐, 특히 북쪽과 서쪽으로부터의 위협에 크게 취약해진다.

우선,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10∼40㎞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정찰 활동과 공대지 미사일 사격 등 훈련도 금지된다. 무엇보다 전술 정찰기와 중·대형 무인기 전력이 사실상 무력화된다. 6·25전쟁과 도끼만행, 연평도 포격 등 모든 기습 공격은 북한 도발이었다는 점에서, 방어 수단인 정찰전력을 공격 수단인 양 치부한 발상부터 문제다. 핵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킬체인 등 3축 체계까지 흔들린다. 수도권을 겨냥한 340여 문의 장사정포 감시에도 구멍이 ？린다. 이런 합의를 수용하려면 최소한 장사정포 후방 이동이라도 관철했어야 했다.

둘째, 서해와 동해에 완충수역을 설치하기로 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남북 135㎞ 구간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해상 기동훈련 등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NLL 서쪽 끝을 기준으로 북측은 50㎞만 올라가는데 남측은 85㎞나 내려오게 된다. 등거리 원칙에 어긋나고, 등면적 원칙에는 더 큰 불균형이 생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의 ‘옆구리’가 비무장화하면서 북한 기습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청와대는 남북이 40㎞씩 양보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나중에 국방부가 135㎞로 정정한 소동에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어 보인다.

셋째, 한·미 안보동맹보다 남북 군사 협력을 앞세우는 것으로 비친다. 이번 합의는 대부분 유엔군사령부 및 주한미군과의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고, 그들이 찬성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정부는 협의 여부에 대해 얼버무리고 있다. 남북이 봉쇄 차단, 항행 방해 등을 협의하기로 한 것도 해상봉쇄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허물겠다는 의심을 자초한다.

군사 분야 합의는 철저히 상호주의를 적용하고, 상호 검증이 보장돼야 하며, 다른 분야의 신뢰 구축에 후행(後行)하면서 서서히 이행해야 한다. 정부와 군 당국은 미국 측과 협의해 합의 내용을 시정하거나, 방어력 보완 장치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그러잖으면 이번 군사 합의는 너무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