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연휴 즐기기>가족사이 ‘부대낌’ 느껴지면 10분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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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加也勿 減也勿 但願長似嘉俳日).

조선 후기 학자 김매순의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 기록된 8월 중추(中秋)의 묘사다. 일 년 중 가장 먹을 게 풍성한 추석 때 음식을 많이 차려놓고 밤낮을 즐겁게 놀듯이 지내고 싶다는 의미다. 다만, 과거와 달라진 핵가족 시대의 현재는 이러한 속담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건강도, 문화도, 의식도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밤낮 구분 없이 즐겁게 먹고 즐긴다면 각종 소화기 질환 위험은 물론 피로감 역시 증가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맞벌이가 흔한 요즘 또 여성들이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데서 오는 육체적 심리적 스트레스는 ‘명절 증후군’이라는 현대 질환으로도 연결되기도 한다.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 간의 덕담조차도 학업과 취업, 결혼, 저출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는 자칫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시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지려면 현대 시대에 맞는 건강관리법을 유념해보자. 이번 추석(24일)에 조금만 조심하고 절제하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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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음식 관리 = 명절 음식은 외식과 비슷한 고열량 음식이 많아 추석이 지나면 체중이 느는 경우가 흔하다. 포만감은 비슷한데 평소 음식 열량과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보통 한식 한 끼 열량이 약 500㎉인데, 송편 5∼6개는 300㎉로 밥 한 공기와 비슷하다. 약과·유과가 각각 170㎉, 120㎉이고 식혜·맥주도 100㎉ 정도다. 또한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의 분위기 때문에 평소 식욕을 절제하게 했던 뇌도 그 기능을 못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명절 지나고 다시 시작하자’ ‘운동으로 빼면 되지’하고 다이어트를 미룬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1일 “명절 때는 약간 체중이 는다고 생각하고, 좀 더 여유를 가지면 오히려 편안하게 식욕을 절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명절 동안 음식이 상온에 장시간 노출되고 공동섭취 등으로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도 나타날 수 있다. 예방을 위해 손씻기 등 위생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이번 명절은 기온이 높아 비브리오패혈증 발생도 지속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간에 질환이 있거나 알코올중독, 당뇨병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해산물 섭취 및 취급에 주의하고 피부에 상처가 있는 경우에는 바닷물 접촉을 피하도록 한다.

명절에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보건복지부가 제작한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통해 사용자 근처에서 운영 중인 응급실, 병·의원 위치와 진료시간 등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국번 없이 129(보건복지콜센터)나 119(119구급상황관리센터)로 전화하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바로 안내받을 수 있다. 응급의료포털 홈페이지(www.e-gen.or.kr)와 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에서도 의료기관 정보를 제공한다.

◇피로 관리도 필요 = 이번 5일간의 긴 추석 연휴를 마치고 정상 생활로 돌아가려는 순간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평소와 다른 일에 시달려 피로가 쌓인 데다 정신적으로도 약간의 흥분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몸의 정상 리듬이 깨진 탓이다. 연휴 후 심한 피로와 업무 공백 등 후유증 해소를 위해 적절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명절 피로의 대부분은 수면 부족과 일상의 규칙적 생활리듬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장거리 운전, 친지와 늦은 술자리, 과식 등이다. 또 여성들은 명절 내내 부엌에서 긴장하며 일을 하다 보면 피로가 쌓일 수 있다. 아침에는 반드시 평소 기상 시간을 지키는 게 좋다. 졸리면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거나, 참기 어려운 정도면 10∼20분의 낮잠이 도움이 된다. 연휴 마지막 날 밤이나 다음날 새벽에 귀가하기보다 조금 여유 있게 전날 오전이나 늦어도 낮 시간대에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염승철 광주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명절 기간 중 장거리 운전으로 인해 허리통증이 발생하거나 어깨에 담이 발생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장거리 운전 시 꼭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칭을 실시해 굳어지는 척추와 관절을 풀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피로 누적과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중간중간 휴식이 필수다. 틈틈이 휴게소에 들러 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해줌으로써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방법도 좋다. 고속버스·기차·비행기 등 대중교통도 좌석이 좁고 위치 조정도 어려워 장시간 이동이 부담되긴 마찬가지다. 대중교통 역시 허리를 곧게 펴고 엉덩이를 깊숙이 넣는 자세가 중요하다. 수면을 위해 등받이를 뒤로 젖힐수록 좋은 자세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뒤로 8∼10도 가볍게 기울이는 것이 허리의 S자 곡선을 유지하는 데 가장 좋다. 머리를 창가에 기대거나 옆으로 돌린 자세는 경추질환을 유발하는 나쁜 자세다. 목을 바르게 하기 위해 튜브형 목 받침을 준비하거나 수건을 말아 목 뒤에 대어주면 좋다.

◇명절증후군은 절제와 노력으로 극복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모두에게 해당한다. 명절 뒤에는 스트레스 증가와 면역력 약화가 원인인 대상포진이 늘어나는 이유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으로 예방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시간이 언제나 그렇듯 가족 간에도 배려가 필요하다. 정현강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명절을 맞이해 오랜만에 가족들이 함께 모이면 해묵은 가족 내 갈등이 불거지거나 당사자에게는 고민이나 상처일 수 있는 민감한 문제들도 공개되는 경우가 있다”며 “여러 사람 사이에서 부대끼는 것이 힘들게 느껴질 때는 10∼15분 정도 짧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음악 감상, 스트레칭, 복식 호흡 등을 하면 스스로를 이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주부들이 명절증후군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자신만을 위한 휴식”이라며 “주부 스스로 명절 연휴 기간 중 틈틈이 휴식을 취해 육체 피로를 줄이도록 하며, 일할 때도 주위 사람들과 흥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리적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편을 비롯한 주위 가족들의 충분한 이해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고, 영화·연극·콘서트를 보러 간다거나 가까운 산·공원·미술관·고궁 등을 찾아 명절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해외여행도 건강수칙 필요 = 올 추석은 5일 간의 연휴(22~26일)인데다 직장에 휴가를 내면 최장 9일의 황금 연휴로 이어져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많다. 해외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미리 건강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자칫 휴가가 악몽으로 변질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최근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국내에 유입되기도 해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도 필수다. 감염 질환 위험 외에도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 또한 준비 없이 여행에 나설 경우 건강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여행에 앞서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

이지용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사전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 및 자신의 몸 상태를 철저히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예방접종이나 평소 먹는 약, 영문 진단서 등을 준비해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