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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21일(金)
“최저임금 몰아넣고 보조금 준다?… 시장원칙 깨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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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지난 10일 서울대 아시아센터에 마련된 자신의 연구실에서 경제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최저임금 인상, 의도는 좋지만
한꺼번에 너무 빠르고 광범위
소득 -소비-투자 善순환 막혀

일하지 않아도 돈 받는 사회로
근로소득에 되레 벌칙주는 셈
‘도덕적 해이’이제라도 고쳐야

PIGS·남미도 ‘소득주도 성장’
외국실패서 교훈 얻어야 할 때

생산성 떨어지는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에서 일자리 만들어야
임금 보조 대신 市場에 맡겨라



[인터뷰 = 방승배 차장(경제산업부)]

지난 10일 서울대 아시아센터 표학길(70)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연구실 앞.

교정에서 인터뷰용 사진촬영을 마치고 온 표 교수가 환하게 웃으며 “먼 길 오셨다”는 인사말을 여러 번 건넸다.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손에 들고 온 검은 비닐봉지에서 뭔가를 꺼내 탁자에 올려놨다. ‘탄산수’였다. “속을 좀 차갑게 해 놓고 시작합시다. 자 한 병씩 드십시다”라고 했다. 탄산수는 날 선 비판을 예고한 복선이었다. 2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경제 현실에 대한 그의 통찰력 있는 진단 하나하나에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엄중한 현실 앞에서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다. 그는 한국 계량경제학의 계보를 잇는 권위자다. 계량경제학의 목표는 정책의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계량경제학은 과학에 가장 가까운 경제학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 전공자는 섣불리 판단하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 더욱 무게감이 더해졌다. 표 교수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투자주도성장 정책의 이론과 정책의 국제비교(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7)’라는 최근 자신이 쓴 책자를 건넸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약간 짐작이 갔다. 책장을 넘겨 보았더니, 그 안에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그래프와 수식이 빼곡했다. ‘이런 게 계량경제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한 책인가.

“그동안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연구한 것을 집약한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이론적 배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비주류 경제학이다 보니 각광을 받지 못했던 소수이론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나는 비교적 동정적이었다. 그런데 추진 과정에서 공공부문을 너무 강조하며 착수(着手)한 것부터 잘못됐다. 최저임금 인상은 한꺼번에 너무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됐고, 근로시간 단축도 의도는 좋았지만 정책 집행의 경험이 없는 정부처럼 너무 경직된 구조에서 진행됐다. 노조 일변도의 주장을 받아들인 선거 캠페인 약속이 그대로 집행되는 그런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10일 인터뷰에 앞서 교내 매점에서 탄산수를 고르고 있다. 표 교수는 인터뷰를 시작하며 기자에게 탄산수를 건네고는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정부가 공공부문을 너무 강조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면.

“정부 스스로 광범위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 것은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도 안 된다. 생산성이 낮은 곳에 일자리를 만드는 건 극약처방이나 마찬가지다. 이른바 ‘공시생’만 대폭 늘리는 셈이다. 지금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전부가 공시생이라고 해도 될 상황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더라도 민간부문에서 창출이 돼야 한다. 지금 성남시 분당 정자동에 편의점이 수백 개가 있다고 한다. 스스로 생존하지 못하는 곳은 문을 닫아야 한다. 정부가 임금 보조를 할 게 아니다. 이게 시장이다. 그래야 1인당 생산성이 올라간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몰아 놓고서는 보조를 해준다고 하니까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월급 200만 원 주던 곳이 180만 원으로 위장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나오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도덕적 해이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가 공무원 연금을 받고 있는데 강의나 연구를 계속하면서 수입이 생기는 순간 연금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나보고 바보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다. 흔히 이제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강의나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 오히려 죄스러운 게 우리 사회의 분위기다. 나이 들어서도 젊어서도 일하지 말고, 하여튼 일하지 말아야 돈을 받는 사회가 되고 있어서 씁쓸하다. 이건 참 잘못된 것이다. 일해서 소득을 만드는 데 대해 벌칙을 주는 것 아닌가. 이런 게 바로 광범위하게 만들어지는 도덕적 해이다. 지금이라도 시정하고, 공공 일자리 창출은 민간기업의 생산성이 높은 부분에서 이뤄져야 한다.”

표 교수가 건넨 책에는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를 분명히 적시하고 있었다. 우선 한국같이 순수출이 많은 나라의 경우 임금·소득상승의 플러스 효과보다 이윤감소·원가상승·투자감소의 마이너스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소득주도성장은 경제 상황이 공황이나 장기 침체에 있을 경우 일시적인 경기부양 정책으로서의 효과만 있다는 점, 노동개혁이 수반돼 임금상승을 자제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선진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표 교수는 이런 한계를 지적한 것 외에 이미 우리나라가 ‘임금주도성장’을 해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이미 임금주도성장이 지배해 왔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9년 동안 명목임금은 연평균 3.58%, 실질임금은 1.68% 뛰었다. 노동생산성 증가율 0.28%를 웃도는 임금 증가율이다. 높은 가계부채로 소득증가 - 소비증가 - 투자증가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경제이론에서 생산성 증가율이 높아야 하는데 반대로 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지금 최저임금을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올리면 어떻게 되겠나.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다른 임금도 모두 올려야 한다. 은행의 행원 임금이 과장 임금보다 순식간에 높아지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씩이라도 다 인상되게 된다. 그래서 최저임금 정책이 최저임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책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 시점에서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할 게 아니라 투자주도성장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한마디로 경제 정책의 운영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그게 나의 첫 번째 주장이다. 두 번째는 지금 문재인 정부 들어 정책을 추진하면서 너무 ‘대외지향성’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했지만 자원이 부족하고 경제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에 소득창출을 수출부문에 의존해 왔으며, 그 결과 대외경제 부문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의 30%도 안 되지만, 우리나라는 80%를 차지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계경제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금리 정책도 미국의 금리 인상 동향과의 괴리가 적지 않다. 가계 부채가 높고 국내 경기가 약하니 금리를 건드리면 더 악화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할 수 있지만 일단 국내 경제 동향이 세계경제로부터 일탈이 될 때는 불균형이 누적돼서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

―정부는 여전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경제팀으로는 안 된다. 실사구시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 법인세 감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대한 상속세 감면, 은산분리 철폐, 공정거래법 철폐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갖는 치명적인 약점은 소득의 원천을 구명하고 소득 창출을 자극하는 대신, 소득의 제로섬 게임적인 배분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자본과 노동이 10개를 창출해서 자본이 4개, 임금이 6개를 가져가면 생산성은 제로(0)다. 노동이 3을 가져가고 자본이 5를 가져가서 2가 남으면 어딘가에 재투자가 된다. 경제학 용어로 ‘총요소생산성’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게 투자주도성장이다. 그래서 나는 여성 근로자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방법을 하나의 아이디어로 제안한다. 일하는 사람에 대해 장려금을 주는 거니까 일종의 ‘포지티브섬(positive sum)’ 게임이다. 이를테면 여성 근로자가 일정 기간 보육 때문에 휴직하는 동안 임금의 반을 지원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국내 정치 논리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정부는 너무 국내 정치에만 천착한다. 국제 경제 추세에 순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경제가 호황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불황으로 가고 있으면 왜 불황인지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전 정부에서 불황이었으니 계속 불황일 수밖에 없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세계경제 추세에서 벗어났을 때는 그걸 인지해야 한다. 우리 성장 추세가 20년 동안 5년마다 1%씩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의 탓만은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상속한 상황이기도 하다. 저성장 추세라는 것을 인식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표 교수는 현 정부가 외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축소지향 하는 한국경제, 제2 삼성전자·현대차 나올수 있겠나”

“국제적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각국의 사례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한 나라들이다. 남유럽 국가들은 제조업 기반이 약했다. 그런데 사회주의 전통은 강하고, 노조가 활성화돼 있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그랬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PIGS) 등이 이런 나라들이다. 남유럽 국가들은 2000년대 들어오면서 전부 ‘제3의 길’을 가야 한다는 유혹에 빠졌다. 사회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제히 임금주도성장(wage led growth)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도 따라갔다. 2005∼2006년부터 이른바 ‘포퓰리스트 체제’들이 노조를 중심으로 한 고정 지지층의 표를 얻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것이다.”

표 교수의 책에도 “한국의 소득주도 정책이 과거 인도, 파키스탄 등이 시도해 실패한 내수 위주의 내부 지향적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경고가 들어 있다. 정부의 좁은 시각을 지적한 표 교수의 얘기는 세계경제의 저성장 흐름으로 나타난 ‘뉴노멀(New normal)’과 신자유주의에 관한 문제로 확장됐다. 한마디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를 인정하고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지금 국내에서는 뉴노멀과 신자유주의가 공격을 당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에 빈부 격차가 커졌다는 얘기인데, 대단히 불행하게도 세계경제는 신자유주의 정책론자들이 말한 대로밖에는 흘러가지 않고 있다. 큰 나라들이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국제 경제의 현실을 외면하면 안 된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일본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져 미국과 중국, 유럽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경제 이론적으로는 ‘외부효과(externality effect)’라고 하는 이른바 신성장 이론(new growth theory)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 국제 경제의 현실이다. 이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사실 주류 경제학의 핵심 이론이다. 변방의 나라들이 연구·개발(R&D)을 아무리 축적해 봐야 외부경제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규모가 안 되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이나, R&D 집적이 큰 대국을 중심으로 집적된 자본이 외부경제효과를 발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나는 ‘일본에 그렇게 많은 과학자가 있는데 왜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 같은 기업이 나오지 않느냐’고 일본 학자들에게 자주 물어보곤 한다. 해답은 결국 일본마저 이런 글로벌 게임에서 지고 있기 때문이다.”

―큰 것이 세상을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좀 쉽게 예를 들어 보겠다. 말하자면 연예기획사에 배우가 많아도, 유명 배우 몇몇이 연예기획사의 수입을 책임지는 것과 비슷하다. 미·중 간 무역 전쟁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정부도 뚜렷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나쁘다고 우리가 비난해봐야 소용이 없다. 이런 게 불행하게도 뉴노멀이고 신자유주의이론이다.”

표 교수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대세의 한 축인 중국의 전략으로 옮아갔다.

“중국의 정책을 잘 보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1980년대 중국이 사실상 개방했을 때 국무원에서 ‘우리가 앞으로 경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주요 산업에서 50명씩 핵심 엔지니어 1000명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했다고 한다. 그럼 1000명을 어떻게 육성할 거냐. 국가 장학금을 만들어서 이들을 미국 등에 보내기로 했는데 귀환율이 5%가 안 됐다. 50명 정도만 돌아온 것이다. 그럼 1000명이 돌아오려면 얼마를 보내야 하느냐. 역산하니 10만 명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그럼 10만 명을 보내면 될 거 아니냐’는 게 덩샤오핑의 해법이었다고 한다. 그때 해외로 나갔다 돌아온 사람들이 지금 중국의 경제와 산업을 이끄는 핵심 리더들이다. 그러니 지금의 중국이 우연히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중국의 경제 정책을 보면 뉴노멀과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정책들이다. ‘중상주의적 제국주의’ 뺨치는 정도였다.”

―그런 중국의 전략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인프라에 어마어마하게 투자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부터 일대일로( 一帶一路) 정책 등을 보면 중국은 이미 중국의 내수 시장만 가지고는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 신장(新疆) 실크로드로 유럽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하면서 주변국에서 노동력과 자본을 받는, 즉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한국이 스스로 키울 여력이 없지만, 동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른바 ‘밴드왜건(bandwagon·편승)효과’다.”

―지금 한국은 그런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것 같다.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에 편승해야 하는데, 한·일 관계는 악화됐고, 중국과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등으로 대립하면서 계속 고립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가 수출입에만 의존하지 말고 빈약한 내수를 키워야 한다고들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당치 않은 얘기다. 휴대전화를 수출하지 않고, 국내 소비만으로 어떻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겠나.”

표 교수는 한국의 기업 문제도 지적했다.

“한국에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회사가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다시는 제2의 삼성전자나 현대차를 가질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스스로 축소 지향적으로 가고 있다. 대기업은 30대 기업으로 규제돼 있는데. 한국에서 아마존 같은 기업이 나오면 골목상권이다 뭐다 해서 없애버리려고 할 거다. 알리바바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출현했다면 이미 기업이 해체됐을 거다.”

표 교수의 표현 수위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세계경제의 큰 흐름을 놓치면서 높은 규제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언급할 때 더욱 그러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에 기여할 수 있는 중견기업들은 상속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붙들고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독일식으로 몇 년 동안 고용 보장을 해주고 하면 획기적으로 상속세나 양도소득세 면제나 경감을 해줘야 한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상속받아서 다시 기업을 운영하면 그게 사회공헌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 200개 정도의 알짜 중견기업이 있다. 이게 대기업 집단 규제 때문에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기업이 횡포를 부려서 막았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중견기업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커지지 않는 게 문제다. 골목상권 보호를 주장하고, 계열사 투자를 막고, 그러니 대기업화(化)가 안 되고 있다. 200개 중견기업은 규제 완화, 상속세 감면 등을 해주면 일자리를 창출하지 말라고 해도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이다. 우리가 경제운동의 기초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규제 완화 행보를 몇 차례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여당 의원들이 주축이 된 국회 입법에 막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할 수 있는 정부가 아닌가 생각한다. 과거부터 대기업에 대한 공격만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여당이 자기 무덤을 파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규제 혁파를 해야 한다. 기업을 더 속박하고 규제를 더 강화하는 축소 지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내 정치를 위한 경제 정책밖에 쓰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세계경제 추세를 얘기했지만, 금리 정책도 마찬가지다. 미세조정이 훨씬 전에 이뤄졌어야 한다. 그럼 부동산도 이렇게 악화하진 않았을 것이다. 미국이 기준 금리를 올릴 때 우리도 올 1, 2분기 이후 인상했어야 했다. 가계 대출 억제책으로 금리 이상 더 좋은 정책이 어디 있겠나. 그래서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서 한국은행도 꽤 책임이 있다고 본다. 악성 인플레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내 걱정이다.”

―국내 기업들이 투자하려고 해도 규제에 막혀 있다.

“삼성과 현대차가 왜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느냐고 비난할 게 아니라 투자할 수 없게 만든 제약들을 지적해야 한다. 계열사든 어디든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정부 주도의 혁신 성장은, 모럴해저드만 몰고 올 뿐이다. 혁신 벤처를 한다고 3∼4년 동안 지원하다가 정부 예산만 낭비하고 없어지는 그런 모럴해저드는 의미가 없다. 주력 사업에서 혁신 투자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곳에 투자할 때 혁신 투자는 의미가 있다. 나는 이번 기회에 아예 유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기관을 없애거나 축소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전 세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는 나라가 없다. 미국은 국제무역위원회(ITC), 연방통상위원회(FTC)가 있으며 사실상 민간기관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있다. 내가 볼 때는 공정경쟁이라는 의미를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외국 기업이나 외국 은행과의 공정거래를 보장하는 미국의 ITC 같은 기능으로 대체해야 한다.”

평생 교직에 몸담아온 표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좌파평등주의 사상’이 국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육정책을 예로 들면서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방법이 교육 정책”이라고 지적한 뒤 “공부를 잘하고 열심히 하는 학생이 페널티를 받는 정책을 버리고 학생 선발권을 100% 대학에 돌려줘야 총요소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bsb@munhwa.com, 정리=박세영 기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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