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文 발길마다 대규모 인파 동원… 통제사회 北의 ‘딜레마’

개혁·개방 속 외부사상 유입땐
정권 사회통제력 상실 가능성

세계에 전체주의적 면모 공개
金 ‘통치 자신감 표출’ 분석도

북한은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동선에 대규모 인파를 동원하는 등 ‘김정은 체제’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전체주의적 면모를 외부 세계에 그대로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이 같은 전체주의적 요소는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위해 일정 부분 개혁·개방을 단행해야 한다는 점과 이 경우 정권 운영의 효율성 및 사회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딜레마를 안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직 외교부 고위 인사는 21일 이번 평양 정상회담 등에서 보여준 북한 외교에 대해 “북한 사회가 전체주의라는 것이 결정적으로 북한 외교에 유리한 점”이라며 “그러나 전체주의 국가는 창의성을 포용해서 정책 결정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정은 정권은 이번 정상회담 기간 북한 외교의 효율성과 함께 대대적 인민 동원력을 보여줬다.

특히 북한은 지난 18일 문 대통령의 순안공항-백화원 초대소(영빈관) 이동, 20일 문 대통령의 영빈관-순안공항 이동 시 구체적 규모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인파를 동원한 연도 환영 행사를 벌였다. 행사에 참여한 평양 시민들은 새벽에도 색동한복과 정장을 갖춰 입고 나와 “평화, 번영”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19일 오후 문 대통령의 대집단체조 공연 ‘빛나는 조국’ 관람 시에는 평양 시민 15만 명이 동원되기도 했다. 이는 북한 사회가 노동당을 기점으로 당의 최하위 말단 기층조직인 ‘당 세포’(당원 5∼30명 단위의 조직)들로 촘촘히 구성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경제 개발을 위한 개혁·개방을 추진한다면 외부에서 각종 정보 및 자본주의 요소가 유입되고, 이에 따라 북한의 이 같은 전체주의적 사회구성도 급속히 해체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북한에 각종 매체를 통한 정보 유입을 추진하고, 북한은 이를 “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며 경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에 북한의 전체주의적 모습이 그대로 공개된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의 자신감 표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직 안보 부처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이제는 주민들을 잘 먹고 잘살게 해주면 외부 정보가 유입돼도 문제없이 통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