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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21일(金)
“군사합의 ‘항복문서’ 수준… 軍 운용 결정적 장애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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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3사단장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관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합참 차장
- 신원식 前 합참차장

비행금지구역 확대…창공 막아
상대 알 수 없는 깜깜이군 전락

냉전때 미·소 군축은 오픈방식
이행 여부 정찰비행 통해 확인

비핵화 하기 前 정보력 무력화
절대 줘선 안될 안보보상 준꼴


군사 작전·전력·정책 분야 전문가인 신원식(60·예비역 육군 중장) 전 합동참모본부(합참) 차장 겸 고려대 객원 교수는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뤄진 군사부문 합의에 대해 “북한군이 전력상 약점으로 여기며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격·비행금지구역 설정’을 100% 수용해 한국군이 대한민국 방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든, 거의 항복문서에 가까운 결정”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신 전 합참 차장은 20일 서울 용산구 한국전략문제연구소(KRIS)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미연합군이 북한 정보 깜깜이군으로 갈까봐 우려된다”며 정부와 국방 당국에 안보 대토론회를 가질 것을 공식 제안했다.

―정부는 이번 군사합의서가 무력충돌을 방지하고 군사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종전선언에 가까운 획기적 신뢰 구축 방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한다 해도 우리가 줘서는 안 되는 안보 관련 보상을 CVID를 채 시작도 하기 전에 해줘 버려 안보를 허물어 버린 셈이다. 이번 합의서는 역사에 남을 어리석은 보상이다. 놀랍게도 현재와 미래 국방 태세를 모두 북한의 손에 맡기는 어마어마한 결정을 해버린 것이다. 통상 군비통제를 확대할수록 공중 감시정찰 전력을 확대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상식인데, 이번 남북 군사합의는 거꾸로 가고 있다.”

―남북 군비통제가 상식을 거슬러 거꾸로 간다는 건 무슨 뜻인가.

“냉전시대 미국과 구소련은 군축을 시작할 때 이른바 창공을 열어젖히는 ‘오픈(Open Sky) 방식’을 택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찰기는 상대방에 통보를 한 뒤, 정말 상호 약속한 대로 제대로 군축을 이행하는지 정찰비행을 자주 했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이 요구한 대로 비행금지구역을 확대해 창공을 막았다. 상대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깜깜이군이 될 수밖에 없게 됐는데 무슨 신뢰가 생기겠는가.”

―북한은 최근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양측 60㎞ 이내에서 정찰기 비행 활동을 하지 말고 40㎞ 이내에선 사격금지구역을 설정하자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북한의 요구가 수용됐다고 보는가.

“북한군은 재래식 전력, 병력·무기 측면에서 한국군에 비해 2∼3배 많아 양적 우위에 있다. 우리는 질적 우위로 전력 균형을 맞춰왔다. 한국군의 우수한 감시정찰 수단과 정밀 타격 능력이 북한군의 양적 우위를 상쇄시키는 도구다. 이 도구의 핵심을 작전현장에서 운용되지 못하게 마비시키는 게 바로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다. 이번 합의서에서 MDL을 기준으로 각각 서부 20㎞, 동부 40㎞까지 전투기, 정찰기 등에 대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전방부대의 군단급 이하 사단 연대 대대급 부대가 북한군 동향을 감시하는 핵심 전력인데, 앞으로 북한의 장사정포가 갱도에 나와서 사격을 하는지, 북한군이 전방 배치돼 이동하는지를 알 수 없게 됐다. 한국군은 ‘전방지역 정보력에서 깜깜이군’이 되게 됐다.”

―국방부는 비행금지구역을 MDL 기준 20∼40㎞로 설정해도 금강 정찰기 등 일부 전력을 제외하고 정찰 활동이나 전력 운용에 별문제가 안 된다고 한다.

“우리 군이 감시를 통한 군사적 능력으로 표적을 획득하게 되는데, 적이 우리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면 타격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예 감시가 안 되니까 타격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의 포병이나 지상 전력은 대북 열세지만 공군 전력은 우리가 월등한 강세다. 전투기가 근접 공대지 공격을 할 수 있는 한계치가 20㎞ 거리다. 공대지 전력 중에는 핵심 군사표적을 정밀타격하는 중장거리 미사일과 갱도 등 큰 구조물을 타격하는 레이저유도폭탄(LGB)이 있다. 2000파운드 합동정밀폭탄(J―DAM)과 5000파운드 벙커버스터 등 공군 유도무기가 핵심인데 사거리가 20㎞ 정도다. 이들은 감시정찰 전력의 도움을 받아 장사정포가 있는 갱도, 북한군 주요 지휘소, 통신소, 탄약 저장시설을 타격하는 무기들로 북한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력이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앞으로 이 전력들이 무력화될 수 있다. 북한군은 전혀 갖고 있지 않고, 북한군의 양적 우위를 상쇄하던 한국군의 비교우위 전력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인해 결정적 장애를 받고 있다. 북한군이 이번 합의서에 흡족해하지 않겠는가.”

―이번 합의서가 한·미 동맹에 끼치는 영향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와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철수를 통해 정전협정 체제에 의한 관리가 아니라 평화체제로 가겠다고 하는데, 이는 현재의 유엔군사령부를 ‘핫바지’로 만든 것이다. 유엔사를 곧 해체하라고 남북이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역할을 분담하는 연합방위체계에도 심각한 손상이 초래될 수 있다.”

글 = 정충신·김영주 기자 csjung@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e-mail 정충신 기자 / 정치부 / 부장 정충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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