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장관 자리가 ‘경력관리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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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 20일 국회에서 열린 신임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차기 총선 출마 의향을 놓고 후보자와 의원들 간에 기싸움이 벌어졌다. 창과 방패의 대결 양상은 후보자마다 달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질문을 받자 당황한 기색으로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게 중요하고, 장관이 누가 되든지 안정적인 교육개혁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교육부 장관으로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총선이라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만 밝히며 즉답을 피했다. 같은 질문에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지금으로선 출마할 생각”이라며 “제가 하고자 해서 되는 것만도 아니고 임명권자(문재인 대통령) 의견도 있으므로 출마하기에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의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스스로 임기를 단정했다.

21대 총선은 2020년 4월 15일에 예정돼 있다. 두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된 후 총선에 출마한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9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길어야 1년 3개월밖에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의미다. 중차대한 국가 정책 총괄 책임자인 부처 장관직이 ‘경력 관리용’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개각 때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지만, 교육·여성계의 심각한 비판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교육시민단체의 한 대표는 “백년대계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교육부에서 잦은 장관 교체로 또 새로운 정책 기조가 나오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학부모의 몫”이라고 말했다. 여성계 인사는 “진 후보자 역시 ‘미투’ ‘불법촬영’ 등 부처가 안고 있는 이슈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이같이 답변한 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정책 안정성과 일관성을 담보해야 할 장관들의 마음이 벌써 콩밭에 가 있다면, 부처 정책이 어떻게 흘러갈지 생각만 해도 암울하다. 해당 부처 관료들 역시 말은 못하겠지만 곤혹스러워할 게 분명하다. 어느 부처보다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교육, 여성·가족 정책이 출발도 전에 개인의 정치 욕망에 휘둘리고 있다.

김기윤 사회부 기자 cesc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