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 종전선언 집착 의심쩍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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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 前 駐유엔 대사

지난 추석 연휴 동안 미국 뉴욕에서는 유엔총회 기간에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안보를 위해 중요한 정상외교가 진행됐다. 한·미 정상회담과 문재인 대통령의 총회 연설 등에서 최근의 진행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난번 문 대통령의 언급에 따라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있어서 올 연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낸다는 취지로 제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와 연내 종전선언이 중요한 화두가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종전선언이 있게 되면 영변 핵을 영구 폐기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으로 소개됐고, 문 대통령은 미국이 속도 있는 상응 조치를 취하면 북한의 비핵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1953년 7월 27일 서명된 5개조 63항의 정전협정 내용을 잘 들여다보고, 그 후 65년 동안의 안보 상황을 되새겨봐도 북한이 왜 그렇게 종전선언에 집착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한반도의 분쟁을 정지시키고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최종적으로 달성될 때까지 무장 적대행위를 완전히 금지’하는 목적의 정전협정은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를 설정했고,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시위원회를 설치해 정전협정의 이행을 감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3개월 이내에 고위 정치회의를 소집해 한반도에서의 외국군대 철수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협의토록 했다.

남북한 간 정전(停戰)이 65년이라는 꽤 긴 시간 지켜져 오면서 전쟁이 재발하지 않았으며 무장 적대행위는 북한이 협정을 지키지 않고 도발을 해온 데 기인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전쟁은 과거 어느 시점에 이미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게 타당한 논리다. 그러나 또한 종전선언을 한다고 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몇 차례의 만남이 남북한 간의 신뢰를 급조시킬 수는 없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상징적 조치로서 종전선언을 하자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은 그 뒤에 저의가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으며, 이에 호응을 한다면 상당한 위험이 뒤따르는 만큼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북한을 다루는 정부의 현실적 어려움을 십분 이해하면서, 기어이 종전선언을 연내에 해야만 한다면, 우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핵무기와 시설, 핵물질 등 분야에 있어 구체성을 띠고 확실해진다는 조건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상응 조치가 비핵화를 견인하는 게 아니고, 반대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 후에 한·미의 상응 조치가 뒤따르는 순서가 돼야 한다. 또한, 종전선언이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지위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북한의 명시적 이해를 확실히 받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조만간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 관한 발표도 예상된다. 지난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전략적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리얼리티 쇼와 같이 처신했던 결과, 모호한 비핵화 약속에 만족하면서 한·미 동맹 훼손 행위를 자행함으로써 한국의 안보를 약하게 하는 데 기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때의 잘못과 한국인이 느꼈던 충격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김정은에게 갖다 바쳤던 칼자루를 단호히 회수해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이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제재의 고삐는 비핵화 달성 때까지 늦추지 않겠다고 한 건 그나마 다행이나, 남북간 경협이 성급히 진전될수록 한·미 간 불협화음을 야기하고 비핵화의 공동 전략에 차질을 안겨줄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