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 그림판… ‘내 꿈’이 세계를 누벼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7년 제9회 ‘내가 그린 예쁜 비행기’ 사생대회 수상 어린이들이 1등 작품이 래핑된 대한항공 보잉777-300ER 항공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여객기 ‘래핑’의 세계

2001년 제주 ‘하르비’로 첫선
2008년 루브르박물관 형상화
“항공기 래핑의 최고걸작” 평가
매년 사생대회 작품도 입혀와

초기에는 최첨단 페인팅 작업
최근 트렌드는 특수필름 활용

수백 명의 초등학생이 공동 제작한 대형 미술 작품을 외벽에 수놓은 대한항공 항공기가 앞으로 1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비게 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 격납고에서 ‘제10회 내가 그린 예쁜 비행기’ 사생대회를 개최했는데 사생대회에 참여한 500명의 초등학생이 ‘투게더 상상해봐요!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즐거운 세상’을 주제로 하나의 대형 작품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대한항공은 래핑 작업을 통해 이 대형 작품을 항공기 외벽에 덧입혀 1년 동안 운항할 계획이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머핀을 소개합니다’라는 주제로 선정된 지난해 수상작 역시 항공기(B777-300ER)에 래핑돼 1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았다. 대한항공은 어린이 미술 작품을 항공기 외벽에 디자인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래핑 항공기를 선보여왔다. 항공기에 화려한 옷을 입히는 항공기 래핑의 역사와 그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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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란한 래핑의 세계…대한항공 항공기 래핑의 발자취 = 래핑이란 지하철역 계단, 벽면 등의 시설물이나 차량 동체에 랩을 씌우듯 광고물을 덧씌워 광고하는 기법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항공기 래핑은 항공기 동체에 디자인돼 전 세계 하늘을 누빈다는 상징적 의미와 이에 따른 홍보 효과가 높아 2000년대 들어 큰 호응을 얻었다.

대한항공이 처음 선보였던 항공기 래핑은 2001년 제주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선보였던 ‘하르비’ 래핑으로 김포∼제주 노선을 오가며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제주의 친근한 이미지를 전했다.

또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슛돌이’ 래핑을 선보여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행사 홍보와 승리를 기원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08년 2월에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한국어 안내 서비스 도입 기념으로 B747-400 항공기에 한글을 형상화해 모나리자 형태로 제작한 래핑 항공기를 운항했다. 당시 세계적인 예술작품 모나리자와 우리나라 대표 문화 유산인 훈민정음이 만나 항공기 래핑 사상 최고의 걸작품을 탄생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2009년 12월에는 대영박물관 한국어 안내서비스 시작을 기념해 B747-400 항공기에 ‘한국의 날개로 세계의 문화를(Passionate Wings to Culture!)’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ㅇ, ㄷ, ㄹ, ㅂ 한글 자음 받침 위에 ‘아우구스투스의 두상’ ‘삿제후티의 미라가면’ ‘서튼 후’ ‘이페 왕의 두상’ 등 대영박물관의 대표적 작품 4점의 이미지를 덧입혔다.

또 ‘2016∼2018 한국 방문의 해’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캠페인 엠블럼을 래핑한 B747-8i와 B777-300ER 항공기를 운항하며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는 홍보 사절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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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 래핑, 그 방법이 궁금하다 = 항공기 래핑 방법에는 페인트로 직접 그려 넣는 것과 특수 필름을 항공기 외벽에 붙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동체 페인트 작업은 최첨단 전용 페인팅 시설에서 엄격한 통제 아래 이뤄진다. 대한항공이 제주 관광 홍보를 위해 래핑했던 ‘하르비’가 페인트로 작업된 대표적인 래핑 사례다.

반면 최근에는 항공기 래핑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특수 필름을 붙이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항공기는 동체가 평면이 아니고, 부피 또한 매우 커 항공기에 특수 필름을 붙이는 경우에는 전체 이미지를 한 번에 통째로 붙일 수가 없다. 따라서 이미지를 붙이게 될 항공기를 실측한 다음 실측 자료를 바탕으로 도면을 그린다. 특수 필름 작업은 항공기에 그래픽을 붙이기 전 실제 항공기의 20분의 1 축소 모형 항공기에 먼저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모형 항공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실측 자료와 모형기 작업 결과를 토대로 도면이 확정되면 ‘타일링’ 작업을 하게 된다. 타일링 작업은 커다란 이미지를 바둑판처럼 일정한 크기로 나누는 것을 뜻한다. 분할된 이미지는 항공기에 부착 가능하도록 열전사 방식을 쓰는 스카치프린터로 항공기 전용필름(영하 60도에서 영상 50도까지 견딜 수 있는 특수 재질)에 출력한다.

이렇게 출력된 이미지는 항공기 동체에 붙이는데, 붙일 때는 동체 꼬리 쪽에서 머리 쪽으로, 또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붙인다. 그 이유는 비행할 때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고 떨어져 나갈 확률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전체 이미지를 다 붙인 후에는 문이 열리는 곳이나 화물칸, 비상구 등 항공기 운항에서 중요한 부분을 잘라내 운항에 차질이 없도록 마무리한다. 이처럼 섬세하고 꼼꼼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래핑 항공기는 승객에게 친근감을 주고 눈을 즐겁게 해 여행의 또 다른 재미가 된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