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fty+ >춤·노래·마술·상담 봉사…‘제2의 공직’ 부임했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광주광역시 북구 그린요양병원 1층 회의실에서 ‘장수춤 상록자원봉사단’과 ‘해피드림 상록자원봉사단’ 단원들이 위문 공연 마지막 순서로 가요 ‘짠짜라’를 함께 부르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퇴직 공무원들 ‘상록자원봉사단’

광주지부 23개 봉사단 활약

月4~5회 요양병원 위문 공연
장수춤·해피드림봉사단 동행
마술·노래 등 레퍼토리 다양
“연금 받는 만큼 봉사로 보답”

경찰관 출신 73세 강두원씨
“주1회 소년원 찾아 진로교육
‘자격증 땄어요’ 소식에 보람”

지난 7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북구 그린요양병원 1층 회의실에 모인 고령의 입원 환자 70여 명은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펼쳐진 아름다운 춤사위에 눈을 떼지 못했다. 고운 한복을 입고 청춘 남녀처럼 분장한 김송애(여·69) 씨와 양매선(여·72) 씨가 선비와 여인의 사랑을 표현한 춤 ‘사랑무’를 추자 환자들은 젊은 날의 추억에 잠겼다. 다음에 출연한 김용대(67) 씨가 색소폰으로 가요 ‘봉선화 연정’ 등을 연주하자 환자들은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였다. 이어 무용 ‘난’, 가요, 마술, 라인댄스, 민요, 부채춤 등을 차례로 선보였고, 16명의 출연진 전원이 나와 가요 ‘짠짜라’를 부르는 것으로 공연은 1시간여 만에 끝났다.

공연을 본 환자 조모(여·80) 씨는 “방에만 있으면 답답한데 저분들이 가끔 찾아와 재미있게 해주니 고맙다”고 했다. 이날 ‘종합예술’을 보여준 사람들은 대부분 퇴직한 공무원이다. 공무원연금공단 광주지부에는 퇴직 공무원이 주축으로 결성된 23개 상록자원봉사단이 있는데, 이날 무대는 ‘장수춤 상록자원봉사단’과 ‘해피드림 상록자원봉사단’ 단원들이 꾸몄다. 두 봉사단은 광주·전남 지역 요양병원, 실버홈 등 5곳을 정기적으로 돌며 매월 4∼5차례 공연하고 있다. 교직에서 정년 퇴임한 장수춤 봉사단장 김송애 씨는 “1개 작품이 너무 길면 어르신들이 지루해하기 때문에 5분 정도씩 끊어서 다른 것으로 넘어가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짠다”며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해피드림 봉사단원들과 항상 함께 다닌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관 출신인 해피드림 봉사단장 양승수(63) 씨는 전문 노래강사로도 활약할 만큼 노래 실력이 출중한 데다 1급 웃음치료사와 1급 레크리에이션 지도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법무부 공무원으로 퇴직한 단원 김명균(73) 씨는 공연 때마다 마술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70세 안팎 여성 12명으로 구성된 장수춤 봉사단은 30여 가지의 다양한 춤을 공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5년 열린 ‘제3회 광주시장배 생활체육대회’에서는 생활무용 장년부 단체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2014년 4월 봉사단 출범 이후 줄곧 단장을 맡아온 김송애 씨는 “처음에는 대중 앞에서 춤을 출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끼고 나 자신도 힐링이 된다”며 “공무원 생활을 하다 퇴직해 노후에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으니 그만큼 봉사하는 것이 나라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7일 그린요양병원 위문 공연에서 부채춤을 추고 있는 ‘장수춤 상록자원봉사단’ 단원들. 김호웅 기자

같은 날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소년원(고룡정보산업학교)에서는 ‘광주전남 상록자원봉사단’ 총단장이자 ‘진료교육 상록자원봉사단’ 단장인 강두원(73) 씨가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있었다. 소년원은 비행 청소년들이 건전한 청소년으로 거듭나 가정과 사회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 곳이다. 강 씨는 원생들에게 “자동차와 비행기, 배도 목적지를 가려면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느냐. 사람이 목표가 없으면 어디를 가겠느냐. 꿈과 목표를 갖자”고 힘주어 말했다. 또 “어릴 때 잠깐 실패했기 때문에 앞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더 크다. 여러분은 지구상에 단 한 명뿐인 대단히 소중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강 씨는 다섯 살 때 버림받고 열네 살 때까지 글을 몰랐던 껌팔이 최성봉 씨가 팝페라 가수가 된 사연 등을 미리 준비한 영상을 통해 보여주면서 원생들의 의지를 북돋웠다.

경찰관 출신인 강 씨는 5년째 광주소년원에서 주 1회 강의하며 재능 기부를 해왔다. 현직 때는 물론 퇴직 후 광주지검 형사조정위원회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범죄자를 봐온 그는 비행 청소년들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을 막겠다는 사명감이 크다. 그는 강의를 마친 후 반드시 원생들로부터 소감문을 받는데, 지금까지 받아 보관 중인 것이 5000장쯤 된다고 한다. 소감문에는 ‘꿈과 목표가 생겼다’ ‘죽으려고 했으나 이제는 살고 싶어졌다’ ‘내가 누구이며 살아가는 이유가 뭔지를 생각하게 됐다’ ‘반성하고 나가서 내 꿈을 이룰 것이다’ 등의 희망적인 내용이 많았다. 강 씨는 “아이들이 내 강의를 듣고 변화돼 ‘검정고시 합격했습니다’ ‘군대 갑니다’ ‘복학했습니다’ ‘자격증 땄습니다’ 하고 연락해올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남은 인생도 이렇게 보람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