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서울 집값 급등과 암울한 혁신도시

올 추석 화두는 ‘남북 평화’가 아닌 ‘급등한 서울 집값’이었습니다. 서울 강남의 10억 원짜리 집이 20억 원이 됐고, 39세 이하 가구주가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매달 급여(월평균 처분가능소득 361만5000원)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5년이 넘게 걸린다는 우울한 이야기들이었죠. 명절 밥상을 ‘집값 불안’으로 쏠리게 한 정책 당국은 이제라도 서울로 향하는 주거 수요를 줄이는 근본 해법을 실천해야 합니다. 2006∼2007년 부동산 버블(거품) 시대 때 나왔던 ‘맞벌이하지 말고 집 보러 다닐 것’이라는 속 쓰린 이야기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말이죠.

택지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 집값은 세금(재산세 + 종합부동산세 등)과 대출 규제로 잡을 수 없습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고, 역세권 토지의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전체면적 비율)을 높여 마천루를 짓는다고 수요를 충족할 수도 없고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이 약효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거주하는 집으로 재테크도 한다’는 국민의 생각과 서울 중심(특히 강남권) 인프라를 바꾸지 못하는 이상 ‘규제보다 대안(代案)’을 실천해야 합니다. 세종시 등 지방 혁신도시 경쟁력 강화가 현실적인 대안이고요. 행정권력(정책 엘리트)과 정부 산하 기업·기관이 대거 내려갔는데 ‘허망한 상황’에 있는 혁신도시에 특성화고와 대학, 연구단지, 편의시설 등 교육·생활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이미 내려간 공무원과 공기업·공기관 임직원의 ‘몸은 혁신도시에, 마음은 서울에’ 있는 상태를 바꿔야 합니다.

조성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너무 미진(未盡)한 현재의 혁신도시는 공조직 엘리트의 이탈(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직)만 가져오고 있습니다. 실제 국책연구원 석·박사급 연구원은 2015년 이후 3년 사이에 985명(전체연구직의 21.4%·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이 이직했지요. 공무원과 공기업·공기관 직원을 합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요. 이 같은 이직 러시는 대부분 혁신도시가 고층빌딩 등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교육·편의시설은 물론 상권 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조직 엘리트의 대부분이 가족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두고 ‘홀몸 생활’을 하고, 결국은 서울 등 수도권 직장으로 옮기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올해 들어 더 오른 집값과 전셋값은 가계의 소비력 감소로 이어지면서 자영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내수 감소와 한국 경제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지요. 정부는 이제라도 ‘암울한 혁신도시’가 낳은 노마드족 최소화로 서울로 향하는 주거 수요를 줄여 장단기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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