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고령사회’ 건보·의료 再설계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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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의료경영학

2017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건강보험 진료비는 건강보험공단 부담금과 건강보험 법정 본인 부담금을 포함해 28조3247억 원으로 2016년 대비 12.1% 증가한 것이며, 2010년과 비교하면 2배 늘어난 것이다. 이에 비해 전체 국민의 건보(健保) 진료비는 2016년 대비 7.4% 증가한 69조3352억 원으로 보고됐다.

65세 이상 노인 1인당 건보 진료비는 2012년 307만 원에서 2017년에는 426만 원으로 5년 새 1.4배로 늘어 2017년 국민 1인당 진료비 139만 원과 비교하면 3배에 이른다. 게다가 2018년에는 의원·한의원 및 약국에 대한 노인 의료비 추가 경감 혜택으로 인해 노인의 의료 이용에 대한 접근성은 더욱 좋아질 것이므로 이로 인해 올해부터는 노인 진료비가 더욱 늘어나게 돼 있다.

취약 계층인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의료 이용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은 계속 늘어, 2020년에는 15.6%, 2025년에는 20%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다.

또한, 노인의 기능 저하로 인한 의료 이용 증가와 정부의 퍼주기식 노인 의료비 지원으로 인해 65세 이상 노인 1인당 건보 진료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인인구의 비중 증가와 노인인구의 의료 이용 증가는 건보 전체 재정을 악화시킨다. 그리고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건보료에 대한 다음 세대의 부담은 커져 건보의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다. 더욱이 2017년 기준 건보 1인당 보험료는 99만 원이었고, 건보의 급여비는 108만 원으로 보험료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의 건보 재정은 노인의 의료 이용 접근성을 유지하면서 진료비 지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다. 정부와 국민은 외래와 입원치료와 같은 의료 이용을 많이 하는 것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지나친 맹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만성질환은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는 속설과는 달리, 전체 입원일수 중 만성질병 환자의 입원일수가 61%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의료 이용이 입원과 외래진료를 합할 경우 60∼70%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인의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건보 및 의료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우리나라 병원의 병상(의료침대) 수는 인구 1000명당 7.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7개의 2배 수준이며, 요양병원 등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4.2개로 OECD 회원국 평균 0.73개의 6배 수준이다. 건강관리에 필요한 부분을 치료를 위한 의료비로 지원하다 보니 공급은 필요 이상으로 늘었고, 의료기관은 병상을 채우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이제 이러한 접근 방식에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 노인성 질환 치료를 위해 불필요한 의료비를 지원하는 현재의 방안은 개선해야 한다. 그보다는 간호방문 서비스 체계를 고도화하고 건강 증진 및 유지를 위한 제공 체계 구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무조건 퍼주는 의료비 지원이나 의료보장보다는 불필요한 의료 이용에 대한 관리 방안도 마련해야 하며, 의료 제공자에 의한 유인 수요는 발생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와 만성 질병, 저성장 시대라는 삼각파도를 넘어야 한다. 이에 대비해 건보 체계도 무분별한 의료 이용을 부추기는 의료비 지원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우리나라 전체의 의료 필요량을 산출하고 이를 근거로 의료 체계와 건보 체계를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