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前 떠오른 제재완화… 中·러 나서고 北은 표정관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中·러 vs 美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사진) 국무장관이 뉴욕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 유지를 강조하는 가운데, 중국의 왕이(왼쪽) 외교부장과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가운데) 외교장관이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AP AFP TASS 연합뉴스

中·러 vs 美 안보리 충돌

“先 비핵화” - “先 제재완화”
美日 vs 南北中러 대립 양상

北 비핵화 실질조치 없는데
사실상 ‘제재 무력화’ 논란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27일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회의에서 정면충돌해 대북제재를 둘러싼 한반도 주변국의 대립과 갈등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대북제재 외교전은 ‘선(先) 비핵화’를 내세운 미국·일본과 ‘선 종전선언·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중국·러시아·북한의 대립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도 사실상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및 동북아 철도 연결 등을 원하고 있는 만큼 대북제재를 둘러싼 구도가 2대4로 진영이 짜이는 모습이다. 북한과 국경을 마주한 중국과 러시아, 한국이 대북 경제협력에 나선 상황이어서 제재가 사실상 무력화 상태에 진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미국은 최근 남북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 등으로 미국과 북한 간 대화 국면이 재개되면서 대북제재가 이완될 조짐을 보이자 제재의 끈을 다시 조이고 나섰다. 외교와 대화를 진행하지만 제재와 압박은 별도라는 입장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안보리 회의에서 “안보리 결의안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가 실현될 때까지 실패 없이 힘차게 계속돼야 한다”며 대북제재 이행 지속과 국제사회 동참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이 핵 시설 신고 리스트 제출과 같은 가장 중요한 비핵화 초기 조치를 하지 않았음에도 전통적인 북한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대화 국면 전환을 이유로 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대북제재에 균열이 생길 조짐이 보이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납치자 문제로 북한과 외교적 갈등상태인 일본 정부는 비핵화 이전의 대북제재 완화에 부정적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정세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북제재 완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김 위원장과 3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복원과 함께 대북 단체관광 허용 등을 통해 경제적 지원에 나선 상태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초청한 것은 물론 북한 나진항을 경유하는 석탄 수출을 이번 달부터 재개하며 북한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상태다. 중국과 러시아가 27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제재 완화 및 세컨더리 보이콧 폐기를 주장한 배경에는 불법 대북 거래를 해온 자국 기업이 제재를 받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미국 정부가 대북 무역 거래와 금융 거래, 정보기술(IT) 북한 인력 송출 등과 관련해 제재한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과 러시아 국적 기업이었다.

이날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소속 실무진이 안보리 회의장에 앉아 회의를 경청하는 모습이 수차례 카메라에 포착됐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