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한·미 FTA, 政治 휘둘려 實益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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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 경제학

지난 24일 한·미 관계자가 서명한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안이 양국 의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재개정 협상의 결과는 실망스럽다. 문재인 정부는 실리도 없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조항의 개정을 조건으로 자동차 산업과 의약 분야에서 일방적으로 국익을 양보했다. 과연 재개정 협정의 추가적 실익(實益)은 무엇인가.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한·미 FTA 재개정 협정을 국회에서 즉시 비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시 ‘FTA의 정치’가 시작됐다. 2006년 1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한·미 FTA 체결 의사를 밝혔다. 같은 해 2월 3일 한·미 양국 협상 대표단은 미국에서 협상을 시작했다. 참여연대와 일부 야당은 거대 자본이 특정 정부를 길들이기 위해 ISDS 조항을 남용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투자자 보호는 시장 경제의 기본 책무다. 우리 국민이 미국에 투자해도 같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공익이란 미명으로 재산권을 침해하는 자의적인 정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 그런데도 한·미 FTA 비판론자들은 ISDS 조항의 개정을 요구했다.

한·미 FTA와 관련된 정치는 쇠고기 협상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왜곡된 보도가 반대 운동을 부추겼다. 이 운동은 이후 이명박 정권 퇴진 운동으로 전개됐다. 2010년 11월 11일 민주당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 거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해임을 촉구했다. 2012년 3월 15일 우여곡절 끝에 한·미 FTA가 발효됐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문 후보의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드러났다. 이번 재개정 협상 결과는 기존의 한·미 FTA 협정보다 개악된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다.

한·미 FTA는 우리의 경제 영토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20개국 모두가 미국의 우방이다. FTA는 미국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한·미 FTA가 2011년 발효된 이후 우리나라는 이전보다 미국에 더 많은 물건을 팔았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더 커졌다. 발효 이후 5년간 한국은 미국에 511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미국은 우리나라에 201억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우리 국민의 투자 보호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의 기회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재개정안으로 피해가 구체적으로 발생했다. 헛된 것을 얻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한·미 FTA 재개정 협정은 미국의 다른 나라와의 무역 갈등 속에서 마련됐다. 미국은 지난 17일 추가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조치로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중간재의 대중(對中) 수출도 타격 받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FTA 재개정 협상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시킨 것은 그나마 의미가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경제적 이해를 같이한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미국은 공정한 무역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 무역 질서도 변할 것이다. 친중·반미적 사고방식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글로벌 시각에서 미래 지향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번 재개정 협상 과정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치적 이유로 실리를 내준 데 대한 책임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