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감당못해 폐업위기… 미래안전망까지 깰 만큼 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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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깨는 자영업자 5년새 최대

최저임금인상·근로시간단축에
내수침체 겹쳐 민생 흔들린 탓

50∼60代 고연령층 해지 늘어
은퇴자 고통·노인빈곤율 심화

자녀·부모 위한 가입 보험까지
올 336만건 해약 최대치 기록

국내 자영업자는 물론, 일반 국민이 미래를 위해 가입했던 보험을 깨는 해약 건수가 5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내수 경기 침체 등의 여파에 따른 생활고 증가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 50∼60대 등 고연령층에서 해약이 크게 늘어 고령자의 생활 여건이 유독 악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1일 문화일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의뢰해 국내 상위 7개 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의 금융감독원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가입자와 피보험자가 같은 ‘일치 계약’ 보험상품 해약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8만6240건이 늘어 12.85%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자료가 확보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년보다 2.80%, 2016년 상반기에는 11.36%가 늘었으며 2015년 상반기에는 2.96% 감소했다.

하반기 자영업자의 경영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올해 말 자영업자(자영업 종사자 포함)의 연간 보험 해약 건수도 5개년 중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20만6369건이었던 자영업자 보험계약 해약 건수는 올해 상반기 이미 11만8699건이었으며, 하반기에도 비슷하거나 더 많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자영업이 아닌 ‘기타’ 등 다른 직업코드에 포함된 숨어 있는 요식업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자영업자의 보험 해약 건수는 더욱 많을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보험 해약이 가파르게 뛴 것은 올해 상반기 최악의 고용 한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등 내수경기 침체로 자영업자와 서민 근로자들의 민생이 흔들린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영세 자영업자들과 근로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라면서 “정부와 여당은 소득이 재배분이 아니라 성장이 돼야 늘어난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깨닫고 소득주도 성장 모델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고연령층의 보험 해약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50∼59세 해약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많았다. 올해 상반기 50∼59세 보험 해약 건수는 70만1728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40∼49세(66만3491건), 30∼39세(45만9822건), 60세 이상(39만2826건) 등 순이었다.

50∼59세의 해약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만6422건이나 늘어 증가 규모도 가장 컸다. 60세 이상도 8만3225건이 급증해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40∼49세(4만6998건), 20∼29세(3만359건) 등 순이었다. 현재 추세가 지속하면 은퇴자 고충이 더욱 가중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노인 빈곤율도 심화할 수밖에 없다.

계약자가 자녀나 부모 등 다른 피보험자를 위해 가입하는 불일치 계약까지 포함한 보험 해지 건수도 5년 사이 최대치에 달했다. 2015년 상반기 293만5555건에서 지난해 상반기 301만8734건으로 늘면서 300만 건을 돌파한 일치·불일치 계약 전체 해지 건수는 올해 상반기 34만6677건이나 늘면서 336만5411건을 기록했다.

최재규·김만용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