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선언보다 후퇴한 연설… 北, 核검증 美요구 거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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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리용호 유엔발언’

포괄적 사찰-제한적 참관 이견
폼페이오, 방북 어려워질수도
美·北 비핵화협상 전망 어두워

지난 29일(현지시간) 리용호(사진)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을 두고 미·북 비핵화 협상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으로 후퇴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또 미국의 ‘포괄적인 사찰 요구’에 북한이 ‘제한적인 참관 허용’ 입장으로 일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일정이 가시화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사되려면 북한이 물밑 협상에서 리 외무상의 유엔 연설보다 후퇴한 입장을 보여야 가능하고, ‘후퇴한 입장’의 관건은 결국 미국이 강조하고 있는 ‘핵사찰’을 북한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가로 가름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1일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리 외무상의 연설에 대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대상이 언급됐고, 미국이 대면 협상도 제안했지만 북한은 대화 조건으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제시했다”며 “비핵화 협상 상황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됐던 8월과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미·북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전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추가적인 메시지가 있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리 외무상의 연설을 들어보면 북한은 더 이상 할 것이 없고, 미국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비핵화 실무협상을 북한에 제안한 상황이어서 더 좋지 않은 시그널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우 실장은 “미국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도 하고,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방북을 준비한다는 이야기까지 했는데, 북한은 협상하려면 일단 미국이 보상조치를 내놓으라는 식의, 협상을 뒤로 돌리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역시 “리 외무상의 말이 북한의 진심이라고 한다면 미·북 비핵화 협상 전망은 어둡다”며 “미국은 북한의 협상 방식을 일부 수용해 핵 신고와 검증을 하면 종전선언을 주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북한이 이마저도 거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4차 방북 의사를 밝히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핵사찰에 합의했다고 했고, 문 대통령이 미국에 그런 메시지를 전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제한적인 북한식 ‘참관’만을 허용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영주·박준희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