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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02일(火)
국감 파행이 야당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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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정치부 차장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성호 기재위원장을 찾아가 회의를 열고 국정감사계획서를 채택하자고 요구한 반면 집권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에 정기국회가 각종 법안과 정부 예산안 처리를 통해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가을걷이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기재위는 국감 개시(10월 10일) 8일을 앞둔 2일 현재까지도 국감계획서조차 채택하지 못했다.

기재위 파행은 민주당이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 폭로로 촉발된 ‘심재철(한국당 의원)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뿐만 아니라 국회 운영에서 야당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민주당 소속 국회 기재위원들은 이미 지난 9월 28일 심 의원의 폭로를 ‘국가재정시스템 농단 사태’라고 비난하고, 심 의원이 기재위원을 사임하지 않으면 국감 등 회의 일정에 합의해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심 의원이 상임위를 옮기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을 두고는 “국감을 마비시키려는 행위”라고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백번 양보해 ‘심 의원이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로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는 민주당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국회의 정상적 진행까지 마다하는 이런 행태는 그 의도를 의심케 한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부동산 가격 급등 책임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엉뚱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려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 한 기재위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누구 손해냐”고 말했다. 설사 ‘심 의원 기재위 퇴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기재위가 소득주도 성장 논란, 부동산 대책 논란 등 여권에 불리한 이슈에 집중하지 못한 채 ‘심재철 사태’ 공방으로 날 샐 것이라는 계산을 깔고 있는 듯하다. 최소한 청와대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제1야당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는 속내 아닌가.

그러나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지 못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최순실 사태’가 여실히 보여줬다. 국감 파행은 야당의 손해일 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의 손해가 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 이전에는 감시와 견제의 손이 닿지 않던 정부 예산에도 투명성을 기하는 게 이제 대세로 굳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여당의 이런 ‘모 아니면 도’ 식 대응은 더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회조차도 시민단체의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하고 있다. 심 의원의 의혹 제기는 해명할 건 해명하고, 잘못한 건 문책하고, 제도 보완이 필요한 건 고쳐 나가면 될 일이다. 사생결단식으로 달려들 사안은 아닌 것이다. 이미 수사가 시작된 심 의원과 보좌진의 위법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민주당은 4·27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 같은 논쟁적 사안에도 편들어 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왜 ‘심재철 사태’에선 하나같이 여권의 인식 변화를 요구하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 같다.

greentea@
e-mail 오남석 기자 / 정치부 / 차장 오남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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