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업 사회공헌>오디션 통해 사회적기업 발굴… 전방위 지원·일자리 창출까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19일 현대차가 후원하는 소셜벤처기업 ‘동구밭’의 노순호(28) 대표가 발달장애인 직원 황주현(25) 씨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작업장에서 제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③ 현대자동차 ‘H-온드림’

장애인 채용 비누회사 ‘동구밭’
판로 넓혀주고 수출길 뚫어줘
추가고용 등 선순환 구조 정착

2022년까지 150곳 육성 목표
年20억 지원하고 멘토링 제공
기존의 ‘4大 사회공헌’도 확대

지난 9월 19일 서울 성동구의 한 골목길 상가 주변에 위치한 낡은 건물.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코끝에 전해지는 향기만으로 비누공장임을 실감했다. 젊은 직원들이 비누를 자르고, 포장하는 등 각자 위치에서 맡은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 회사는 월 매출이 400만 원 늘어날 때마다 발달장애인 1명을 더 고용하는 소셜벤처기업 ‘동구밭’이다. 2014년 설립돼 현재 발달장애인 17명, 일반 직원 9명 등 총 26명이 일하고 있다.

장애인을 채용하기 위해 비누를 만들기 때문에 일반 영리기업과 회사의 목적이 조금 다르다. 사람 좋아 보이는 노순호(28) ‘동구밭’ 대표는 “일반 영리기업과는 달리 이익을 내서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이후 단 한 명의 퇴사자 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게 가장 큰 프라이드”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2016년 9월, 첫 장애인 사원이 입사한 후 퇴사율 0%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경기 도심의 텃밭을 가꾸며 발달장애인의 사회성을 증진시키는 주말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 텃밭에서 나오는 재료로 5종의 천연비누 제품도 만들고 있다. 천연비누 주문자생산방식(OEM) 기업으로 확보한 거래처는 30곳이며, 한 달 생산량은 10만 개에 달한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 인도 4개국에 14만 달러(약 1억5621만 원) 수출을 달성했다. 국내 특급호텔인 워커힐 호텔에 공급할 정도로 품질과 규모가 모두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7억 원을 기록한 동구밭은 올해 상반기에 이미 전년도 매출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런 동구밭의 든든한 후원자가 바로 현대자동차그룹이다. 동구밭은 지난해 12월 현대차그룹의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의 ‘엑셀러레이팅’ 부문에 선정됐다. 현대차그룹의 지원 덕분에 올해 동구밭 사업은 말 그대로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매출, 수출, 고용 등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노 대표는 “4000만 원의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 수출 브랜드인 ‘HOLD(홀드)’의 패키지 제작과 시제품 디자인에 투자했다”면서 “특히 전문 엑셀러레이터와의 1:1 맞춤형 컨설팅으로 수출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금액보다도 엄청난 경험적 자산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이 천연비누를 수출하고, 달러로 매출을 올리는 최초 사례일 것”이라고 했다

동구밭은 H-온드림에 참여하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에 납품하는 성과도 올렸다. 동구밭의 천연비누가 현대차 울산공장 방문객에게 제공되는 기념품으로 공급되고 있다.

노 대표는 대기업들에 대한 바람도 털어놨다. 그는 “직접적 지원도 좋지만 일정 금액의 시장을 만들어 주고 저희 같은 사회적기업들이 입찰을 통해 참여하게 되면 사업계획도 짤 수 있고 고용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H-온드림은 참가팀을 대상으로 업종별 예선과 전국 본선을 진행한다. 오디션을 통해 발굴된 입상팀에 청년 사회적기업가로의 성장에 필요한 재정 및 경영 지원을 제공한다. 단순한 상금 지급 방식을 넘어 추가적 자본 조달이 가능한 신용 대부 연계, 동종 업종 선배 사회적기업가의 멘토링, 시장 조성을 위한 기회 및 역량 전수 등을 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이 사업에 지난 2012년부터 매년 2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는 5년간(2017∼2022년) 150개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1500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업기 연 25개 팀(누계 125개 팀)에 최대 1억 원의 사업비 및 1년간 인큐베이팅을 하고, 성장기 연 5개 팀(누계 25개 팀)에도 사업비(최대 1억 원) 및 3개월 집중 엑셀러레이팅 과정을 거친다. 매년 선발팀 가운데 우수 창업 10팀을 선발해 신규 투자 유치를 위한 ‘데모데이’도 개최하고 있다.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 오디션을 통해 성장한 우수 사회적기업이 사업 판로 확대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사내 온라인 임직원 복지몰에 사회적기업 전용관을 신설해 후속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사회적기업과 그룹 계열사 간 협업 사업을 신규로 추진하며 350명의 청년 고용을 창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사회적기업과 함께 △계열사 CSR 사업 공동 추진 △브랜드 머천다이징 제품 개발 △장애인 연계 고용 △소모품 구매 지원 등 다방면의 협력 사업을 모색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추진해온 기존 4대 사회공헌사업(4대 무브)의 대상과 범위도 확대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지무브(easy move)’는 장애인 대상 이동편의 사업에서 교통약자 및 사회적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사업으로, ‘세이프무브(safe move)’는 교통안전 문화 정착에서 교통, 재난, 생활 등 사회안전문화 정착사업으로, ‘그린무브(green move)’는 환경보전사업에서 환경보전 및 기후변화 대응사업으로, ‘해피무브(happy move)’는 자원봉사 활동 사업에서 임직원 및 고객 참여 확대 사업으로 각각 확대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장에서 목소리를 반영해 이 프로그램을 더욱 정교하게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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