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愛올래>짚신 삼고 솟대 만들고… “시골 외갓집 온 듯 추억 쌓아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전남 강진군 보전길 체험농가에서 진행된 ‘농촌愛올래-지역 단위 농촌관광시스템 구축’ 프로그램인 ‘푸소 체험’에 참가한 광주과학고 1학년 학생들이 솟대를 만들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전남 강진군 보전길 ‘푸소’ 체험농가

반딧불 보고 갯벌서 게 잡기…
중·고등학생 대상 농촌 체험
공연 감상뒤 농가에서 숙박도
시골정서·감성 통해 인성길러

외국인 참가자들도 “원더풀”
올해 방문자 1만 명 넘어설 듯
“농어촌 건강·따뜻함 담을 것”

“일정에 얽매인 학교 기숙사 생활을 벗어나 처음으로 경험했던 장작 패기와 반딧불체험 그리고 갯벌에서 게 잡기 등은 기대보다 훨씬 재미가 있었고, 동시에 추억도 만들어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난달 19일 전남 강진군 보전길 체험농가에서 만난 광주과학고 1학년 학생들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돼 전날 수확한 무화과를 입안 가득 깨물며 이같이 말했다. 김남렬 군은 “시골 생활은 처음이고 각종 벌레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지만, 저녁에 장작 구이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본 반딧불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표정은 마치 시골 외갓집에 놀러 온 듯 즐거워 보였다.

이날 광주과학고 학생 97명의 푸소 체험 농가 2일 차 일정이 시작됐고, 김 군과 3명의 친구는 아침부터 솟대 만들기에 나섰다. 체험농가를 운영하는 한영임(61) 대표는 “솟대 만들기 재료를 구하기 위해 뒷마당으로 이동해 직접 대나무를 채집해야 한다”며 학생들을 재촉했다. 뒷마당에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었고 학생들은 준비한 조경 가위로 한 대표의 가르침을 받아 대나무 가지 2∼3개를 손쉽게 싹둑싹둑 자르면서 연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솟대 만들기에 앞서 한 대표는 “우리나라는 장승이 마을 입구에 세워져 마을을 지켜주고 잡귀를 막아주는 역할로 쓰였다면, 솟대는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사를 중요시하는 지역에서는 모양만 다를 뿐 공통으로 등장하는데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동북아의 여러 나라에서도 있었지만 지금 모두 없어졌다”며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문화로 전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한 대표의 자세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솟대 만들기는 기러기, 오리, 까마귀 등의 다양한 새의 모양을 긴 장대 위에 올려놓아 만드는 데 대나무를 이용해 접착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어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 대표는 귀띔했다.

같은 시간대에 광주 지산중 2학년 207명의 학생은 ‘집라인’ 체험 중이었다. 강진군에서 유일한 유인도인 가우도(駕牛島) 정상에 세워진 세계 최대 규모의 청자타워에서 바다를 가르는 집라인은 비행시간은 비록 1분도 안 됐지만, 973m 높이는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는 충분했다.

이날 광주과학고, 지산중 학생들은 문화일보가 농림축산식품부, 전남 강진군 등과 손잡고 펼치고 있는 ‘농촌愛올래-지역 단위 농촌관광시스템 구축’ 캠페인의 하나인 푸소 체험을 체험학습으로 대신했다. 강진군의 푸소(FU-SO)는 ‘필링-업(Feeling-Up)’과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이다. 푸소는 ‘덜어내시오’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버리라는 의미다.

푸소 체험의 시작은 영랑 김윤식 생가인 ‘영랑감성학교’에서 3∼4시간 동안 연극과 오페라, 바이올린 연주 등을 통해 감성을 키운다. 저녁에는 농가나 어가를 찾아가 이튿날 저녁까지 5끼를 먹고 3∼6명의 친구와 함께 잔다. 시골의 정서와 감성을 경험하는 전국 유일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특히 숙박만 하는 기존 민박과 달리 시골집에서 짚신 삼기와 멍석 짜기, 달걀 꾸러미 만들기, 곤충체험, 고구마·도라지 캐기, 단감·버섯 따기 등 실제 체험을 제공한다.

푸소 체험은 중·고등학교 수학 여행의 패턴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진군에 따르면 2015년 8월에 시작된 푸소 체험자는 2016년 7000명, 지난해에는 9800명이 방문해 올해는 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9·10월 수학 여행 성수기는 이미 지난해에 예약됐고, 내년 상반기 예약도 벌써 시작됐다고 담당자는 자랑했다.

최근에는 일반인에 이어 외국인에까지 푸소 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70여 명의 외국인은 강진 고려청자 박물관과 민화 박물관을 방문하고 농가에서 하룻밤을 체험한 후 이튿날 생태 공원 관람을 했다. 외국인들의 국적은 미국과 인도, 프랑스, 러시아, 네팔, 폴란드 등 다양했지만, 반응은 한결같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경자 강진군청 관광과장은 “푸소 체험 농가 전체는 첫해 4억3000만 원 이상의 농가 소득을 올렸고 올해는 8억∼9억 원대로 예상된다”며 “농어촌의 건강함, 사람들의 따뜻함 그리고 강진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콘텐츠를 통해 어느 지역도 따라올 수 없는 감성체험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강진=박민철 기자 min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