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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04일(木)
느려 터진 文정부 혁신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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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경제산업부 차장

지난달 말 아무 성과 없이 1기 활동을 끝낸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운명은 예견된 측면이 있다. 1년간 수십 명의 민간·정부위원이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을 위해 10여 차례 회의를 했지만, 결론으로 도출된 것은 “당·정·청의 움직임을 처음 경험하다 보니 모자람이 있었다”는 장병규 위원장의 반성뿐이다.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민간위원회다 보니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뭔가 해보려면 해당 부처에 다시 요청해야 하는 구조다. 앞으로 새로 2기를 꾸린다고 하는데 이래서는 위원회가 5기 동안 활동한들 답이 없다.

정답을 찾고 싶다면 금융위원회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보라. 지난달 20일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원칙) 완화 논란을 일으켰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전적으로 금융위의 공이다. 시대착오적인 은산분리 규제를 전면 폐지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집권 여당이 반대하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 절반의 법안이라도 통과시킨 데엔 금융위와 최 위원장의 집요함과 우직스러움이 역할을 했다. 그동안 금융위는 일부 시민단체와 노동계로부터 ‘재벌의 하수인’이라는 악의적 오명을 뒤집어썼다. 근거 없는 특혜 시비, 금융혁신위원회의 공개 반대 등 크고 작은 난관이 있었다.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최 위원장이 의원실로 찾아가 살벌한 담판을 벌인 에피소드를 듣는다면 대한민국의 장관은 어떠해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곳곳에 반기업 정서의 장애물과 기득권의 저항이 숨어 있고, 공직자와 지식인층이 여론 눈치만 살피는 우리나라에선 장관과 그 부처가 단일대오로 힘을 모으고 장관이 ‘직(職)’까지 걸어야 규제 하나가 간신히 없어지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처지인 혁신 과제들은 줄줄이 서 있다. 드론, 스마트시티, 우버, 에어비앤비,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등은 공통점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주요 산업국가에서는 과감히 문호를 열고 있다. 한국만 빼고. 둘째, 문재인 대통령도 의지는 있다. 셋째, 그런데도 이해관계가 맞물리면 ‘세월아 네월아’다. 에어비앤비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해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국을 찾은 미국 관광객은 11만3700명이다. 하지만 한국인이 도시의 일반 주택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관광진흥법상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도시 민박업이 가능하다. 이를 연다면 국내 관광 산업 활성화는 물론, 도시 재생, 빈방 활용을 통한 소득 증가 등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책상 위에 놓이자 함흥차사다. 모텔 업계 등이 반대하니 움직이지 않는다. 대다수 부처가 이렇다. 적폐 청산의 후유증으로 공직사회는 더 몸을 사린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혁신은 곧 스피드다. 지금처럼 위아래가 손발이 안 맞고 느려터진 정부의 움직임으로는 3년 뒤 ‘혁신성장은 구호뿐이었다’는 사실만 입증할 것이다. 최근 만난 이재웅 기획재정부 혁신성장 민간본부장 겸 쏘카 대표는 “혁신성장의 골든타임이 불과 3년 남았다. 그 이후엔 ‘중국과도 도저히 경쟁할 수 없겠구나, 혁신 생태계라는 게 존재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데드라인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mykim@
e-mail 김만용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김만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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