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신고 미루고 ‘영변 - 終戰’ 빅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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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WP와 인터뷰서 밝혀
“9·19 실패… 다른 접근법 필요”
‘先비핵화 조치’ 포기 논란일듯
폼페이오 7일 訪北때 논의 전망

강경화(사진) 외교부 장관이 9월 말 유엔 총회 기간에 미국 측에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 요구를 보류하고, 영변 핵시설의 검증·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4일 밝혀졌다. 이는 핵 리스트 신고를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를 우선 추진하는 기존의 ‘프런트 로딩(핵심적 비핵화 조치 초기 이행)’ 방식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입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오는 7일 ‘당일치기’ 방북에서 이 문제를 북측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3일 방북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밝힌 만큼,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 간 ‘빅딜’ 가능성이 높지만 폐기 과정에서 검증 수위 문제로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 장관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핵 리스트 신고·검증과 관련해 “우리는 어느 시점에 재고(핵리스트)를 봐야 할 것이지만, 그 시점은 양측에 충분한 신뢰를 주는 북한 행동과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인해 더 신속하게 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 장관은 2008년 6자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행정부가 북한으로부터 수천 쪽의 핵 신고서를 받았지만, 북핵 합의였던 9·19 공동성명이 실패한 사례를 들면서 “우리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 + 알파(α)’를 제안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9월 평양공동선언’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참관 하에’ 폐기하고, 영변 핵시설은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7일 ‘당일치기’ 4차 방북을 발표하면서 “(북한) 비핵화의 길을 만드는 노력을 지속하는 측면에서 더 나은 이해와 진전이 나올 것이라는 데 낙관적”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2021년 1월까지 비핵화를 끝낸다는 시간표에 대해서는 “남북이 잠재적으로 합의할 준비가 돼 있는 시간표지만, 이것은 장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