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兪교육장관 부적격 더 두드러지게 한 취임 일성 ‘無償’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지나치게 많은 흠결이 드러났는데도 임명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일성(一聲)으로 ‘무상(無償)’을 앞세웠다. 유 장관은 지난 2일 취임식에서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내년으로 앞당겨 실현해 전국 130만 명 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명장을 주며 “고교 무상교육 도입으로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 주문에 맞춘 것이긴 하지만, 교육부 장관도 부총리도 모두 부적격임을 더 두드러지게 했다.

그렇잖다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을 2020년 고1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 2022년 완료하기로 한 교육부의 추진 일정조차 무시한 채 느닷없이 조기 실현을 천명했을 리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일단 고1만 예정보다 1년 앞당기더라도 내년 소요 예산이 6600억 원이다. 전면 조기 시행의 경우는 2조 원 이상 든다. 시행 준비를 위해 교육부가 발주한 정책연구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12월 2일이 국회 처리의 법정 시한인 내년도 예산안에 문 정부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이유다. 그런데도 허겁지겁 공언한 것은 제기된 의혹이 너무 많아 국회 청문 보고서조차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국민적 비판을 덮으려는 저의라고 의심할 만하다. 오죽하면 교육부 관료들조차 “당황스럽다”고 하겠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차기 총선 불출마라도 천명하라는 교육계 안팎의 요구마저 외면한 사실상 ‘1년3개월 임기’ 유 장관이 선거를 겨냥한 정치 포퓰리즘에 집착할 우려가 더 커졌다는 사실이다. 교육을 비롯한 문 정부 정책이 평등지상주의로 더 퇴행할 개연성이 확연해졌다. 유 장관은 취임했어도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이 많은 이유를 직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