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양 몰려간 ‘10·4선언 방북단’의 5가지 문제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 방송인 김미화, 배우 명계남 씨 등 160명이 ‘10·4선언 11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중이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방북한 이 대표는 4일 출발에 앞서 “민간 교류 시발점”이라면서 “민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 마음이 하나 되는 것이 평화 공존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교류 자체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번 평양행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 첫째, 이 대표는 ‘민간 교류’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비용과 준비 등도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상 전액 정부 예산이라고 한다. 둘째, 북한의 1차 핵실험 1년 만의 10·4선언에 대해 국내외에서 많은 부적절성 지적이 있었다. 북한조차도 이행을 의심했을 정도의 과도한 대북 지원과 북방한계선(NLL) 무력화(無力化) 논의 등이 이뤄졌다. 10·4선언과 달리 북한은 당시에도, 그 뒤에도 핵무기 개발을 한시도 중단하지 않았다. 불가침 약속 등을 했지만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무인기 침투 등을 계속했다. 보수 정권 탓이라는 주장은 궤변이다.

셋째, 대북 제재를 약화시킨다. 남북 공동 행사는 주최 측이 비용을 부담해온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북한 측 요청으로 정부가 2억8000만 원가량을 유로화로 주기로 했다. 미국에 예외를 요청해 인정받았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북 제재의 문턱을 또 한 단계 낮춘 셈이다. 넷째, 정기국회의 중요한 일정이 진행 중인데, 여당 대표와 남북관계 주무 장관이 ‘민간 교류’를 위해 방북한 것도 문제다. 심각한 국회 경시로 비친다. 마지막으로, 대부분 친여 인사들로 구성됐다. 대북 정책은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려 노력해야 하는데 역주행이다. 더욱이 국민 세금으로 진행되는 행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