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희생시키는 전쟁의 야만성은 어디서든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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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10주년 기념 연극 ‘전쟁터로서의 여성’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아메리카 침탈,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살육, 일본 제국주의의 한국 지배 그리고 최근의 반윤리적인 국제 전쟁들은 여성을 도륙하고, 강간하고, 노획물로 여긴다. 얼마나 비극적인가? 이 연극을 통해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에 고통을 당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여성, 인권, 국제관계, 난민 등 다양한 문제를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경영이사인 브뤼노 롱바르가 이렇게 언급한 연극 ‘전쟁터로서의 여성’(La femme comme de champ de bataille·포스터 사진)이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10월 18, 19일 오후 7시, 20일 오후 4시와 7시 등 총 4차례에 걸쳐 대학로 눈빛극장에서 국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프랑스 일간 ‘르 몽드’의 자매지로, 이번 연극 상연은 한국어판 창간 10주년을 기념한 것이다.

극작가 마테이 비스니에치가 쓴 ‘전쟁터로서의 여성’은 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유엔이 ‘안전지역’으로 선포한 피란민 주거지 스레브레니차를 세르비아군이 침공해 약 7500명의 이슬람교도를 학살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마테이 비스니에치는 ‘라디오 프랑스’ 국제부 기자 시절에 보스니아 내전의 현장을 취재했다. 그는 민족주의적 광기가 여성을 전쟁의 노획물이자 성적 배설의 도구로 삼은 참상을 목격한 후 그것을 고발하기 위해 이 연극의 대본을 썼다.

극단 앙벨리 튀르쿠와즈(L’Embellie Turquoise)의 세 번째 작품인 이 연극은 두 여배우가 이끌어 간다. 집단 강간을 당한 보스니아 여자 도라(루실아 세바스치아니 분)와 강간당한 피해자를 돕기 위해 온 아일랜드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 케이트(마리-피에르 코타르 분).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실종된 극 초반부는 언어를 통한 소통이 불가능함을 노출한다. 극의 중반부에 접어들며 결국 케이트는 무언증(無言症)의 도라가 말을 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강간을 심리전 무기로 사용한 최초의 전쟁인 발칸 전쟁의 참절한 단면이다. 차마 떠올리기도 혐오스러운 역사의 비극을 절실하게 표현한 연극은 관객에게 마침내 말하고자 한다. “조심하라. 이 지상에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야만성은 언제든 그리고 어디서든 부활할 수 있다.”

이 연극은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서 토론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프랑스 역사학자인 뱅상 드레이와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소아드 바바 아이샤가 토론을 이끈다. 민족청소를 자행한 스레브레니차 학살의 정치 사회적 의미, 민족 간 전쟁과 국수주의, 전쟁으로 인한 공동체 파괴, 허무주의의 덫, 전쟁에서 여성의 존재성 등이 주제다.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관계자는 “발칸반도의 이야기지만, 한반도의 역사에 비추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무대”라고 소개했다. 예매는 티켓링크에서 할 수 있다. 티켓 가격은 3만5000원이며 학생과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독자는 4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의 1588-7890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