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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05일(金)
“혁신성장 향후 3년이 ‘골든타임’… 의지만큼 실행력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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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웅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 겸 ‘쏘카(SOCAR)’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내 야외 테라스에서 고층 빌딩 숲을 배경으로 혁신성장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촬영을 어색해하던 이 대표는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방북 기간 중 맛본 평양냉면에 대한 대화를 나눈 뒤에야 비로소 긴장을 풀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이재웅 혁신성장 민간본부장 & 쏘카 대표

혁신성장 사실상 위기상황
지원체계 제대로 작동안해

대기업 규제는 해법 아니야
혁신 생태계 판 만들어줘야

일자리 없다고 공무원 증원
청년실업 문제 해법 왜곡돼

절박한 심정서 혁신본부장
기업들의 목소리 전달할 것


최근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으로 활약 중인 이재웅 ‘쏘카(SOCAR)’ 대표는 ‘공유’ ‘오픈’ ‘인터넷’ ‘소셜’ 등의 단어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이 대표의 인생 이력서를 봐도 그렇다. 그는 늘 ‘나’보다 ‘우리’ ‘우리’보다 ‘사회’에서 고민하며 길을 찾고 승부수를 던졌다. 20대 청년기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중 미국의 저명한 좌파·진보 언어학자인 놈 촘스키의 일대기 영화를 보고 인터넷 사업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촘스키가 제시한 ‘독립적이고 비영리적이면서, 오픈된 미디어’에 꽂힌 것이다. 곧바로 1990년대 중반 박사학위를 포기하고 귀국해 만든 것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터넷기업이었던 ‘다음커뮤니케이션’(현재 ‘다음카카오’)이다. ‘성공한 1세대 인터넷기업인’ ‘스타 벤처사업가’ 등의 꼬리표를 늘 달고 다니던 이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은 뒤 2008년 홀연히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10년 뒤 이 대표는 다시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 4월 ‘쏘카’라는 공유경제 업체의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 데 이어, 7월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을 이끄는 한 축을 맡았다. 10년 만에 다시 주목을 받는 이 대표를 지난 1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 자리를 잡은 기재부 혁신성장본부에서 만났다. 그럴듯한 개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본부장의 방이 따로 없었다. 지원되는 법인카드나 수당, 차량, 비서도 없다. 기자에게 준 명함도 쏘카의 주소가 적힌 것이다. 이 정도면 나라에 공짜로 봉사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 대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공유경제를 하자고 하면서 사무실이 두 개나 있으면 안 된다”고 웃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10년 전 잘나가는 혁신 기업가일 때 왜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떠났나.

“원래 1995년 다음을 창업할 때부터 10년 뒤엔 새로운 일을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증시에 상장한 기업의 CEO는 혁신 기업가의 모습은 아니더라. 이익을 더 내고 성장을 더 하는 데만 신경 쓰고, 간섭도 많이 받으며 책임도 늘어나더라. 창업 10년이 된 2005년부터 ‘과연 내가 잘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이 생겼다. 2008년이 됐을 때가 만 40세였는데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10년 만에 복귀한 셈이다. 그사이 무엇을 했나.

“2008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온 이후 공유경제와 관련한 여러 사회적 혁신 기업에 투자를 해왔다. 원래 공유경제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에도 공유 자동차와 공유 집, 이런 쪽에 투자했었다. 과연 앞으로 어떤 것들을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아마도 집, 사무실, 자동차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만든 것이 ‘쏘카’다.”

―혁신성장본부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기재부 전체 가용 자원을 활용해 문재인 정부에서의 혁신성장 정책이 실제 눈에 보이는 성과로 빠르게 이어지도록 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본부다. 다른 부처와 잘 조정해 실현해보자는 목적이다.”

―이 대표는 어떤 역할을 하나.

“나는 민간본부장이다. 어차피 공무원은 아니니까, 실제 혁신 생태계 이야기를 정부에 전달해드린다. 기업들의 시각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는 역할이다.”

―기업들이 정부에 전달해달라는 요구들이 있나.

“정부가 혁신성장을 한다는 데도 아직 민간 기업 쪽에선 정부 정책에 대해서 약간의 거리감과 온도 차가 있다. 반대로 정부는 의지는 있지만, 실제 어떻게 해야 산업계에 도움이 될지 어려워한다는 의견도 있다. 나는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공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공적인 인간은 아니고 사적인 인간이다(웃음). 뭔가 기존 시스템보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일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젊었을 때 공직의 꿈이 있었나.

“전혀 생각한 바 없다.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 혁신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나면 당연히 (내 회사로) 돌아갈 것이다.”

―한국의 혁신성장, 잘 가고 있나.

“아직 결과를 말하기는 좀 이른 것 같지만 사실 혁신성장은 위기다. 지금 중요한 시기로 보인다. 앞으로의 3년이 ‘골든타임’인 것 같다. 혁신 생태계든, 아니면 정부 지원 체계든,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나도 절박한 심정이 있어서 이런 일을 맡아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무엇인가.

“풀어야 할 부분이 많다.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 언론·정부·국회도 고민이 크다.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교육 방식, 다 포함해서 말하는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어떻다는 말인가.

“우리 사회가 혁신을 독려하고 혁신 기업가를 존중하며 또는 그렇게 되도록 법적 체계가 지원하는 문제 등…, 이런 모든 것이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말이다.”

―‘골든타임 3년’은 무슨 말인가. 3년이 지나면 중국에 뒤처진다는 말인가.

“중국에는 이미 뒤처진 것 아닌가. 중국에서 나오는 ‘유니콘 기업’(상장하기 전에 기업가치를 1조 원 이상으로 키운 스타트업)들을 보면 과연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나. 우리가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하는데 과연 중국보다 강국인가. 3년이라는 것은 상징적인 시간이다. 좋은 인력이나 혁신기업들이 의미 있는 성장을 하고, 거기서 또 다른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지금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그리고 게임 쪽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 과연 의미 있는 혁신기업이 몇 개나 있나. 조금만 지나면 ‘중국과도 도저히 경쟁이라는 것을 할 수 없겠구나, 혁신 생태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3년의 시간을 허비하면 우리는 영원히 중국에 끌려만 다니게 될까.

“끌려갈 뿐 아니라 창업이나 투자, 인력 생산, 인수·합병(M&A) 등의 혁신 생태계가 더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얼마 안 남았다.”

―왜 제2의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탄생하지 않나.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혁신과 혁신성장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혁신성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나.

“실현은 어려운 것 같다. 혁신하는 기업가를 사회가 존중하는가. 또는 부모가 자녀에게 혁신 기업가가 되라고 얘기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모든 제도나 시스템이 기존에 있는 기득권 내에서 돌아간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공무원이나 의사가 되고, 안정적인 시스템에 들어가서 살라고 독려한다. 혁신하기가 어려운 사회다. 전반적으로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혁신성장은 어렵다고 본다. 단순히 벤처캐피털의 돈이 늘어나면 될까. 혁신이라는 것은 기존 시스템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과도하게 혁신기업에 대한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생태계다. 그것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사회 변혁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모든 변화가 한꺼번에 만들어질 수는 없다. 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면 지금 각자의 영역에서 혁신하도록 해야 한다. 자녀 교육이면 교육, 정부 투자면 투자, 사회적으로도 혁신을 독려해야 한다. 제도도 바뀌어야 할 것이고,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의 교육 역시 문과 위주인데 이것도 과감히 바뀌어야 한다. 혁신이라는 핏줄이 동맥쯤 돼야 우리나라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 정부가 청년실업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무원 채용만 늘리고 있다.

“모든 부모가 자식들에게 공부만 잘하라고 한다. 또 대학을 졸업하면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는 게 낫다고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일자리가 부족하니까 공무원 수를 늘린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왜곡돼 있다고 생각한다. 돌파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어차피 모든 사람, 모든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느 한쪽에서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키는 게 필요하다.”

―어떤 균열을 말하나.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좋은 기업 하나가 나온다면 그 기업이 모델이 된다. 그래서 또 다른 기업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또 정부의 지원책이 아주 잘 만들어지면 카이스트 같은 곳에서 좋은 인재가 나와 기업을 만든다.”

―현재 유망한 혁신기업 후보군이 보이나.

“후보들은 꽤 있다. ‘토스’ ‘배달의 민족’ ‘쿠팡’ ‘마켓컬리’ 등은 의미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혁신 생태계를 리드할 만큼 성장할 수 있느냐는 좀 두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혁신성장이나 4차 산업혁명 면에서 본받을 나라가 있나.

“우리가 주목하고 벤치마킹해야 할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실업률도 높고, 혁신이라는 것은 웃음거리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분위기가 바뀌었다. 프랑스 회사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 ‘창업한다’ ‘좋은 인재가 모인다’는 얘기를 한다.”

▲  이재웅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 겸 ‘쏘카(SOCAR)’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내 기재부 혁신성장본부에서 혁신성장의 필요성과 자신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간본부장을 위한 사무실이 마련돼 있지 않아 회의실을 빌려서 인터뷰를 해야 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프랑스는 젊은 대통령 한 명(에마뉘엘 마크롱)이 친기업 행보를 하고, 노동개혁 등 기득권 타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한국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사실 프랑스는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도 서포트를 잘하고 있다. 창조적 파괴를 위한 판이 잘 짜여 있다.”

―지금 중국과 한국 수준을 비교할 수 있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비교를 논할 때가 아니다. 중국은 쫓아갈 수 없는 수준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데 왜 이렇게 강한 혁신기업들이 많나.

“사회주의 국가여서 가능하다. 중국에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젊은 층에 매우 큰 동기가 부여됐다. 한국은 사회적으로 독려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혁신 기업가를 ‘이단아’ 정도로만 본다. 우리는 혁신 기업가가 사회의 주류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니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기업인들을 제대로 대접하나.

“국회 청문회나 국정감사를 보면 ‘저런 식의 대접을 받으면서까지 기업을 경영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와 언론도 비슷하다고 본다.”

―대기업·중견기업에 대한 거부감이나 반기업 정서도 많이 있는 것 같다.

“(대기업이) 잘못한 것이 많긴 하다(웃음). 대기업도 제품을 잘 만들고 경영을 잘하면 당연히 응원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의미 있는 혁신이라고 할 수 있나. 대기업들은 욕을 먹어도 그냥 하던 사업을 하면 된다. 가지고 있는 게 많으니 제품 개선도 잘 된다. 하지만 밑에서 뚫고 올라오려는 혁신기업은 가진 게 별로 없다. 인력도 적고 투자도 적고. 기득권도 아니고 제도적으로도 미흡하고. 사회적으로 혁신기업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하는 이유다.”

―혁신의 기업가 정신과 도전정신을 살리기 위해 정부에 무엇을 조언할 수 있나.

“혁신성장 민간본부장으로서 정부와 혁신 기업가가 같이 얘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다. 혁신기업이 중요 축으로서 정부와의 파트너십이 생겨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나 사회에서 이러한 메시지가 나온 적이 있었나. 없었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벤처기업 육성만 촉구했지, 사회적 주류로서 인정하고 대화하는 것은 없었다. 같이 얘기한다는 것은 정부로부터 사업권(특혜)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혁신 기업가도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은 기업가 정신의 출발이자 첫걸음이다.”

―혁신 생태계가 악화하는 데 대기업 중심의 사회문화도 영향을 줬나.

“우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대기업 중심의 시스템이다. 혁신기업은 규제에 막혀 어려움을 겪었던 반면, 대기업을 위해선 제도도 풀어주고 끌어안아 줬다.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혁신 성장에 도움이 될까.

“혁신기업들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 건 제도와 생태계 문제다. 대기업을 규제하기보다 혁신기업들이 좀 더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 이후엔 대기업과 경쟁해서 이기는 것이 진정한 혁신기업이다. 미국의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그런 것이다. 대기업을 일하지 못하게 해서 혁신기업들을 돕는 것 역시 공정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왜 늘 규제가 문제가 되나.

“규제라는 건 기존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만든 규칙이다. 그런데 새로운 비즈니스가 들어오면 안 맞는 부분이 생긴다. 이 규칙을 적용하려니 문제가 된다. 기존 시스템의 규칙을 혁신기업에 적용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규제를 해소하는 데 정부 부처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각 부처가 ‘혁신성장이 우리의 목표고 혁신기업들은 우리의 파트너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라고 명확히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각 부처는 지금까지 유지된 시스템을 어떻게 잘 운영할까가 주된 관심사다. 그렇게 해서는 우리 사회가 더는 유지될 수 없다. 지금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일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사회의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 어차피 새로운 경제체제가 되면서 노동은 줄고 산업적으로도 국경이 사라져 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글로벌 혁신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기존 시스템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각 부처는 혁신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민간본부장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일인가.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난 자문에 응할 뿐이다(웃음). 이것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야 한다. 사실 장관이든 부처 공무원이든 전체적인 생각의 방향이 바뀌지 않으면 정말 혁신성장은 어려울 것이다. ‘혁신성장 지원과 파괴적 혁신을 통해서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겠다. 그것이 현재 시스템과 고용·일자리를 보전하는 것이다’라고 사고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글로벌 공유경제 업체들만 살아남고, 국내 산업은 없어지는 일이 벌어진다. 결국엔 국내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미국 기업(에어비앤비)과 의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아주 잘못된 방향이다.”

―혁신은 스피드가 중요하다. 그런데 혁신성장이나 공유경제를 하다 보면 기존 시스템에서 활동했던 분들이나 기득권 세력이 피해를 보는 일도 생긴다.

“지속 가능한 혁신성장이 필요하다. 혁신성장이 모든 걸 다 해결해줄 순 없다. 혁신성장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혁신성장은 ‘피해를 보는 분들이 발생할 때 어떻게 하면 (다른 영역의 일자리로) 잘 전환되도록 할까’ ‘어떻게 잘 보상해줄까’, 이런 것을 고민하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산업의 전환 방법에 신경 써야 할 때다. 이것이 정부 부처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어보자. 자율주행차는 결국 택시 기사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다. 만약 정부가 아무 대비 없이 시간만 보내다가 3년 뒤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면 택시 기사들은 아무 보상도 없이 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 기존 산업의 연착륙은 민간 쪽에서 할 이유도 없고, 할 수도 없다. 정부가 해야 한다.”

―공유경제의 장점은 무엇인가.

“난 자산을 소득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공유경제는 사회 전체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자동차도 한 대 사면 하루 한 시간 탈까 말까일 수도 있지만, 공유 자동차는 8시간씩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니 효율적이다. 주차장도 적게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공유경제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좀 더 합리적으로 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삶에서 중심적인 트렌드로 자리잡힐 것이다. 공유하는 게 많아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우리 사회 전체의 효율성이 커질 것이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은산분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법안 때문에 ‘삼성 은행’이 생길 것이라고들 하는데, 난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은산분리 규제를 없애는 것이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가 고민해야 할 필요는 있다. 돈이 필요한 건 대기업이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아니다. 과거 저축은행들이 건설회사 등을 인수해서 부실화됐던 사례도 있다.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그렇게 절실한 건가. 그 규제가 있어서 혁신이 안 일어나는 것인가.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사회의 에너지를 과도하게 인터넷전문은행 논란에 소비하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수행단으로 북한을 다녀왔는데 정말 공유경제의 가능성이 보이던가.

“북한에서 기업인들과 ‘이분들(북한 사람들)은 소유보다 공유에 익숙하고 차도 없으니 공유경제가 잘될 것 같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론적으로야 잘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다. 너무 낙관할 때는 아니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10년 만의 복귀’ 얘기를 했다. 10년 뒤에는 무엇을 할 생각인가.

“다음을 그만둘 때만 해도 ‘다시는 신문에 내 기사가 나올 일은 안 하고 살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10년 뒤 이렇게 문화일보와 인터뷰하게 됐다. 사회적 혁신기업이라는 것은 사회 문제를 기업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기업이다.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회사다. 난 그런 기업에 투자하고 같이 일하는 게 재미가 있다. 이런 일이 참 어려운 문제다. 돈만 벌겠다고 하면 쉬운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을 하고 싶다. 혁신기업 중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있다면 투자하고 키우고 싶다. 그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이 대표 같은 혁신적인 사람을 만나면 부모님이 어떻게 교육시켰나 궁금해진다.

“특별한 교육 방침이 있었던 분들은 아니다. 다만 내가 하는 일에 간섭을 안 하셨다. 그래서 이렇게 된 것 아닌가 한다. 대학 전공을 선택했을 때도, 프랑스로 유학 갈 때도, 그리고 박사를 포기하고 돌아와 창업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감사한 마음이다. 2년간 프랑스에서 경험한 일들이 나에게 혁신에 대한 생각을 바꿔주고 혁신의 DNA(유전자)에 변화를 줬다.”

―어떤 학생이 이 대표를 찾아와 인생을 사는 데 가르침을 달라고 한다면.

“오늘 나온 질문 중 제일 어려운 문제 같다. 혁신은 시스템을 바꾸고 디자인도 새롭게 하는 것이다. 대단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분야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며 사회적 저항도 있다. 여기에 개인적 확신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외롭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 능력이 있는 친구들에게는 이 길이 얼마나 멋있는 일이며 어떤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지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혁신 기업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혁신의 길을 가고,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공부하는 것, 그런 것이 바람직하다.”

1시간 30분에 걸친 인터뷰는 이렇게 끝났다. 이 대표는 할 말이 남았던 것 같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는 기자에게 “총체적 난국 같다. 다만 정부가 혁신의 의지는 있다. 최선을 다해 그 길을 찾아보겠다”고 마무리했다. ‘혁신성장의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그의 절박한 마음이 다시 느껴졌다.

인터뷰 = 김만용 차장 (경제산업부) mykim@munhwa.com
정리=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mail 김만용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김만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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