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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스타일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05일(金)
性폭력 공론화·法개선 이끈 ‘미투’… ‘섹스와 권력’ 글로벌 화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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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할리우드 거리에서 시민들이 ‘미투(#MeToo) 운동’을 지지하는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투운동 1년… 세계는 여전히 논쟁 중

지난해 10월 할리우드서 촉발
와인스타인 성폭력 고발 기폭제
佛 미성년 대상 성범죄 法 강화
올 노벨문학상 시상까지 연기

성희롱 폭로·고소 확산됐지만
가해자 처벌 제대로 안 이뤄져
“직장환경 큰 변화 없다”반응도
일각선 ‘익명 고발’ 변질 우려


권력은 과연 섹스를 약탈하는 무기였고, 침묵의 공간을 뛰쳐나온 여성들은 제도적 변화를 불러올 것인가. 지난해 10월 5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66)이 30여 년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와인스타인은 결국 법의 심판대 앞에 섰으며 그의 회사는 파산을 신청했다. 이 사건을 도화선으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는 강력한 ‘미투(MeToo)’ 운동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성들의 검증되지 않은 과거 사건에 대한 일방적 주장이 현재의 남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미투가 남성 권력 위주로 진행된 인류 역사를 재편할 중요한 운동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와인스타인 사건 1년을 맞은 현재, 미투 운동의 폭로 대상인 ‘섹스와 권력’은 각국에 글로벌 논쟁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월 말 미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있었던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가 미투 운동으로 달라진 사회 인식과 변화를 잘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틴 포드 팰로앨토대 교수는 의원들 앞에서 캐버노 지명자가 고교시절에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미투 지지자는 포드 교수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포드 교수가 새빨간 거짓말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7년 전 똑같이 성추행 의혹을 받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의 인사청문회 때는 피해자 아니타 힐 오클라호마대 교수가 외부에서의 폭로 때문에 ‘강제로’ 청문회에 끌려 나와 증언해야 했다”며 “또 1991년에는 의원들이 여야 불문하고 노골적이고 저속한 언행을 담아 힐 교수를 추궁했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이 말을 아끼고 ‘대리 질문’을 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평가했다. 성범죄 피해를 당했음에도 오히려 이를 숨겨야 했던 많은 피해자가 미투 운동을 내걸고 뭉쳐 은폐된 범죄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미투 운동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성적 피해가 공론화되고 피해 원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서 찾던 성범죄의 뿌리 깊은 악습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

실제 법제도 개선도 크게 이뤄졌다. 미국에선 여성 감독과 배우 등 300명이 성폭력·성차별 공동 대응을 위한 단체 ‘타임스 업’을 결성해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고 프랑스에서도 미성년자인 15세 미만 이성과의 성관계를 무조건 성범죄로 간주하는 등 법제도 강화가 이뤄지고 있다. 미투 운동으로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을 연기한 스웨덴 한림원은 상금을 대는 노벨위원회로부터 대응책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크게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시간이 지나자 점차 시들해지고 실제 여성들의 상황이 미투 운동 이전과 똑같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20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여성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60%는 미투 운동 이후 직장 내 여성의 환경이 변하지 않았다고 느꼈으며 51%는 더 이상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월 자신의 전 남자친구의 성적 학대를 폭로했던 배우 클로에 딕스트라는 “초창기엔 트위터를 통해 응원하는 글이 많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비난하는 사람들만 끝까지 남아 욕설과 협박을 남겼다”고 토로했다. 딕스트라는 “오히려 활동을 중단했던 남자친구의 연예계 활동이 재개되자 이제는 사람들이 날 그만 괴롭힐까 안도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유명 셰프 마리오 바탈리와 식당 경영자 켄 프리드먼을 미투로 고발했던 트레이시 넬슨은 지난 8월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 대부분이 프리드먼과 바탈리의 팬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바탈리는 최근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지만 이미 지난 5월 다시 활동을 재개한 상황이다.

플라자 호텔에서 직장 내 성희롱을 고발했던 한 여성은 가해자 3명 중 1명만이 해고된 채 여전히 자신의 가해자들과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미국 맥도날드 노동자들은 최근 자사의 평등고용기회위원회에 10건의 성희롱을 고소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보고 지난 18일 직장 내 성추행 근절을 위한 파업을 단행했다. 타임 등은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투 운동은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미투 운동이 일정 부분 변질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투의 창설자인 타라나 버크 또한 “미투는 성폭력을 겪은 피해자들을 위한 것이지 여성운동이 아니며 남성들을 적으로 보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자제를 촉구했다. 과거에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고 가해자를 지목하는 초창기 미투와 달리 익명 상황에서 특정인의 범죄 사실을 폭로하고 비방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아 미투 운동이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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