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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05일(金)
금리 탓 말고 정책기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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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트럼프-파월 ‘행복한’ 금리 갈등
정부, 韓銀 연쇄 압박과 대조
중앙은행 독립성 신뢰가 관건

저금리 아닌 정책실패가 핵심
섣부른 인상이 긴축발작 초래
도우려던 계층 피해 키울 수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26일 올해 세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정치적인 요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표출하는 게 영향을 주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미국인들을 위해 일을 하라는 임무와 수단을 부여받았다”면서 “최고의 사고, 이론, 근거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치적을 내세우는 판에 금리 인상으로 자칫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방을 먹였다. 자신을 간택해준 사람인데도 말이다.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아 고민인 우리로선 그런 풍경이 호황인 나라의 ‘행복한 갈등’으로 비친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달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금리 인상에 대해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저금리가 ‘빚내서 집 사자’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인식에서 한은에 금리 인상을 압박한 것이다. 이튿날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이주열 총재를 대신해 “통화정책을 부동산만 겨냥해서 할 수는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 총재도 문 대통령이 지난 4월 연임을 결정해줬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무조건 정부 의견을 무시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조율할 수도 있는 난제다. 문제는 경제 지표를 놓고 재정 정책(정부)과 통화정책(중앙은행)을 마찰 없이 구사할 수 있는 상황이 매우 드물다는 데 있다. 성장과 물가·금융안정은 호응보다 상충 관계일 때가 훨씬 많다. 그렇듯 모두가 만족하기 어려운 게 금리 결정이라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결국 그 결정의 신뢰 형성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압박해서가 아니라, 무수한 정보 가운데 ‘최고의 근거’로 최종 판단했음을 정책 당국과 시장이 믿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금리 결정에서 신뢰를 흔드는 건 정부 쪽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집값 폭등에 대해 “저금리 정책의 지속으로 인한 시중 유동성 과잉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반쪽만 맞다. 저금리가 자산 시장에 거품을 만든 후유증은 1990년대 일본의 사례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출범 이후 8번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잡지 못한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가격 규제를 들이대는 순간 상승장이 될 것이란 학습 효과에다, 대체 투자까지 꺼리게 만든 반(反) 시장정책은 저금리에서 연유한 게 아니다. 김 장관은 금리 인상을 독촉할 게 아니라, ‘지난해 첫 대책부터 파격적인 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았어야 했다’고 반성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실기론(失期論)’이 나올 정도로 올 상반기에 한은이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한 가장 큰 요인, 즉 고용 악화 문제도 상당 부분 정부가 자초했다. 조선업 등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 여파가 있고 투자가 곤두박질하는 상황인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까지 보탰던 건 명백한 정책 실패다. 그로 인해 ‘경기 하강’이 확연한 국면이라면, 오히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맞다.

그런데도 이 총재는 4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금융 불균형이 누증되고 있다”고 금리 인상에 확실한 무게를 실었다. 그게 ‘최고의 근거’에 따른 것인지, ‘고강도 압박’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10월 18일과 11월 30일, 올해 두 차례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만 확인될 뿐이다. 현재 한·미 금리 차는 최대 0.75%포인트, Fed가 12월에 추가 인상할 경우 1%포인트가 된다. 그래서 자본 유출의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금리 역전은 경제 여건 차이를 반영하는 정상 현상이라는 것이다.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가 더 심각한 문제, ‘긴축발작’(taper tantrum)이 올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충격이 커지고, 고용지표도 개선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서민의 ‘빚 고통’이 가중될 것도 분명하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그러하듯 정부가 선의(善意)를 뒀던 계층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게 안 되니 저거라도 해라’ 식의 수단만 총동원해서 될 일이 아니다. 급선무는 금리 인상 압박이 아니라 정책 기조 대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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