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2.18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05일(金)
대통령 움직이는 은밀한 힘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사시 차석 합격-사법연수원 차석 졸업’의 이력을 가진 우수한 두뇌의 소유자다. 오랜 변호사 생활에 공당의 대표도 지냈다. 그런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이나 나라 안팎의 주요 행사에서 짧은 모두발언조차 A4 용지를 보고 읽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정상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측면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민망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적어도 너무 잦은 ‘A4 보고 읽기’는 일국의 대통령이 자기 생각을 넘어 다른 이의 생각을 전달하려 하는 데서 비롯된 것 아닌가 하는 오해도 가능하게 한다.

자연스럽게, 비대화한 청와대 조직에 눈이 쏠린다. 대통령 뒤에 일국의 정상을 통제하는 은밀한 힘이 있는 걸까. 이런 의구심을 부를 만한 여러 사례가 있다. 굵직한 것들만 추려도 “종전선언 취소 가능”(9월 25일 미 폭스뉴스 인터뷰), “경제정책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축사), “김기식 출장은 국회의원의 평균 수준”(4월 13일 김기식 사태 입장 표명) 발언 등이 떠오른다.

국제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담을 선언문을 만들어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한다면 “종전선언은 언제든 취소 가능” 발언은 뜬금없다. 종전선언은 주문했다가 금세 “취소요” 할 수 있는 자장면 배달 같은 게 아니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얻어내기 위한 비핵화 초기 조치에서 ‘핵 리스트 신고’를 빼겠다는 건 ‘언제든 취소 가능한 종전선언’이 빚어낸 역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내놓은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대통령이 지켜야 할 가치로 ‘안보’를 지목할 만큼 이 문제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다. 그 머릿속에서 이렇게 가벼운 발언이 나왔을까.

“경제정책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말 역시 문 대통령 본인의 소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적지 않은 ‘문재인 친화적’ 원로들조차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를 지적했고 경제지표가 그 실패를 말해주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도 현 경제정책이 몰고 올 후과(後果)에 대한 위기감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고집하는 건 특정 이념을 기반으로 한 현 경제팀에 대한 뿌리 깊은 의존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조기 낙마를 부른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논란 당시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평균 수준” 운운한 것도 마찬가지다. 국회의 국정 비판에 대해 비도덕성 폭로로 대갚음하듯 하는 게 의회주의자인 대통령 머릿속에서 나왔을 리 만무하다. ‘청와대 정부’ 내 둥지를 틀고 국가주의적 국정 운영에 젖은 누군가의 생각에 물든 결과일 것이다.

이렇다 보니 온·오프라인에서는 문 대통령의 ‘역할극’ 논란이 뜨겁다. 누군가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면 문 대통령이 ‘대통령역’을 하는 것이라는 억측도 나돈다. 미 블룸버그통신의 ‘문재인=북한 수석대변인’ 표현이 도마 위에 오르고, 문 대통령을 ‘가게무샤’로 부르는 그룹도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며칠 전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미국의 대통령 노릇이 쉽지 않다고 설명하면서도 “(남들처럼) 대통령 노릇 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라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A4 퍼포먼스를 연출했을 때 뜨악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문 대통령이 남긴 인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minski@
e-mail 허민 기자 / 정치부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얼굴 붉어지는 솔직한 性표현… 신라·로마는 ‘로맨스 왕국..
▶ “환란뒤 최고失業”… 대학100곳에 文정부비판 대자보
▶ 유튜브방송 첫날부터…홍준표 ‘TV홍카콜라’ 검증안된 의..
▶ 300명 넘는 여성 성폭행한 ‘괴물’ 신앙치료사 자수
▶ 집단성폭행 추모일에 3세여아 “사탕줄게” 꾀어 몹쓸짓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김문환의 유물로 읽는 풍속문화사 (26) 외설과 예술 사이“다리가 넷” 처용가의 신라시대 5세기 제작한 선정적 토우 3점 서로 허리 끌어..
mark“환란뒤 최고失業”… 대학100곳에 文정부비판 대자보
mark300명 넘는 여성 성폭행한 ‘괴물’ 신앙치료사 자수
“10명 참변 강릉 펜션…보일러 배관 비정상적 연결..
1월 중순부터 자동차보험료 평균 3.0∼3.5% 인상
집단성폭행 추모일에 3세여아 “사탕줄게” 꾀어 몹..
line
special news 샤이니 종현 1주기…“그립고 보고싶다” 글 이어..
그룹 샤이니의 종현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지 꼭 1년이 됐다.종현은 지난해 12월 18일 27세를 일기로 유..

line
유튜브방송 첫날부터…홍준표 ‘TV홍카콜라’ 검증안..
[단독]南北 철도·도로연결 행사, 제재논란속 착공식..
모리뉴 감독 결국 경질…맨유 “대행 체제로 운영”
photo_news
주 5일 근력단련·달리기… 누구보다 강하고 빠..
photo_news
래퍼 치타♡영화배우 남연우 열애
line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illust
여배우 풍만한 가슴 클로즈업…할리우드 노출 검열 허물어
[인터넷 유머]
mark무료택배 : 나이 한 살 mark추천 사이트 등
topnew_title
number 50대 여성 목 졸려 숨진 채 발견…유력 용의..
올 웹툰원작 드라마…‘김비서’ 제일 잘나갔다
“베트남으로”… 방송가 ‘박항서 모시기’ 경쟁
가야 무덤에 담은 우주… 1500년前 ‘별자리 ..
‘사법농단 연루’ 법관 8명 징계… 고법부장 ..
hot_photo
‘미스유니버스’ 필리핀, 한국 무술..
hot_photo
김연아, 6년 만에 해외 아이스쇼..
hot_photo
임예진도 ‘빚투’…“부친과 왕래 없..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