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8.21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공연·전시
[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08일(月)
붓 대신 손으로 그리는 指頭畵… 모필화보다 강하고 파격적인 美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김춘수의 지두화, ULTRA-MARINE 1307, 유화, 200×200㎝ 작가 소장.
날카롭고 둔중한 필선
‘격의’없이 ‘격’지켜
현대적이면서 전통적


늘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전통회화에 지두화(指頭畵)라는 것이 있다. 지묵(指墨), 지화(指畵)라고도 하는 기법으로 손가락 등 손의 일부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기법이다. 20세기 초 잭슨 폴록(1912~1956)이 손과 붓을 캔버스에 닿지 않게 물감을 흩뿌려 그림을 그리는 드리핑으로 유명해졌다면 지두화는 서양의 그것보다 훨씬 앞서는 혁신적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대개는 손가락이나 손톱, 손바닥, 손에 먹을 묻혀 그림을 그리는데 전통적으로 붓을 사용하는 모필화와 달리 파격적인 미를 드러내는 데 적합한 독창적인 화법이다.

이런 화법은 새롭고 남다른 그림을 추구했던 8세기 당나라의 즈앙차오(張操·735~785)가 처음 시도해 18세기 초 청나라 때 카오치페이(高其佩·1662?~1734)에 의해 크게 성했다고 한다. 이미 1720년 연경에 다녀오면서 지두화와 손톱에 먹을 묻혀 그린 조화(爪畵)를 보고 이를 가져와 주위에 선물한 것을 보면 일찍이 우리에게도 전해진 것으로 짐작된다. 이후 조선 후기 문인 화가들은 지두화의 개성적이며 자유로운 양식과 간결하고 세부가 생략되는 과감한 묘사에 빠져들었고 18세기의 강세황(姜世晃·1713~1791), 허필(許珌·1709~1761), 심사정(沈師正·1707~1769) 등이 그린 지두화는 붓의 부드러움이 덜 하고 선이 상대적으로 둔탁해도 날카롭고 둔중한 필선은 모필의 그것보다 훨씬 강한 느낌을 준다. 또 고상하거나 아담스러운 느낌은 없어도 전통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영·정조시대 대사간을 지낸 윤제홍(尹濟弘·1764~1840)은 속은 깊고 겉은 야일(野逸·겉치레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한 그림을 짧고 구불거리는 지두선을 써서 대상의 본령을 놓치지 않는 파격을 보여주었다. 조선의 고흐라는 최북(崔北·1712~1760?)도 지두화에 일가를 이루었다. 소치 허련(許鍊·1809~1892)도 갈필기법의 독특한 지두화법을 완성했다. 이 외에도 ‘취해 미친다’는 뜻의 취전이란 호를 지닌 오기봉(吳起鳳·생몰년미상)도 지두화에 능했다. 이런 전통은 1920년대에 활동한 화가 황 씨 4형제 중 둘째인 황성하(黃成河·1891~1965)가 ‘대교약졸’의 ‘우청양식’을 정립해 지두화의 명맥을 이어 나왔다.

▲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러한 파격의 기법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 물론 지두화라는 말 대신 ‘핑거페인팅(finger painting)’이란 말을 쓰고, 전통수묵채색화보다는 유화 쪽에서 그것도 현대미술에서 성하다는 점이 좀 특이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손 즉 몸을 화폭에 실어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는 김춘수(1957~ ), 박영남(1949~ ), 오치균(1955~ ) 등등이 있다. 이들의 그림이 각기 다른 생각과 대상을 주제로 하지만 지두화라는 공통점 때문에 시각적 촉감을 느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회화의 기본인 지지체와 그 위에 그린다는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물감, 즉 안료의 물성과 손 또는 손가락이라는 직접적인 신체의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질감은 눈을 통해 절로 느껴진다. 잘 느껴지지 않을 때는 최소한 11초 동안 작품을 바라보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이렇게 몸으로 느끼는 것을 ‘체현’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이들 작품은 화면의 질감, 그 자체를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즉물적이다. 물론 오치균의 경우 구체적인 특정 사물이나 대상을 그리고 있어 화면 자체에서 촉감을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각기 다른 유백색 달항아리 표면에서 각각 다른 질감과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같지만 미세하게 다른 그리고 그 미세함에서 커다란 다름을 찾아내거나, 그 다름을 확인하는 일이야말로 시각적 촉감을 만끽하는 방법이다.

박영남의 회화가 행위의 반복과 쌓임을 통해 명징한 운동감을 지닌 촉각적 화면을 만든다면 김춘수의 회화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동적이며 회화적이다. 그는 신체의 반복된 행위를 통해 화면을 채워 넣으며 회화의 원초적 순수한 상태를 지향한다. 이렇게 파격은 새로운 예술을 낳는다. 하지만 혁신과 변화를 위해 격의(隔意) 없는 것은 좋지만 격(格)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몸을 실은 지두화는 ‘격의’ 없이 ‘격’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이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많이 본 기사 ]
▶ “조국 딸, 정유라보다 심각… ‘죽창’이라도 들고싶다”
▶ “조국 딸 ‘논문 1저자 등재’는 중대한 부정행위”
▶ 曺후보 유학 추천서 써준 스승의 충고
▶ “교수 20여명이 유급 결정 … 조국 딸, 적성 안 맞아 힘들..
▶ 신동엽- 선혜윤PD 부부, 첫 동반 프로그램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한국연구재단 윤리위 교수 지적 고등학생 표시 안해 심각한 위반 醫協, 해당논문교수 윤리위 회부 단국대도 내일 연구윤리위 개최 고..
ㄴ “교수 20여명이 유급 결정 … 조국 딸, 적성 안 맞아 힘들어해”
ㄴ 조국 일가와 부산대, 각별한 관계 주목
조국 딸 ‘겹치기인턴’ 의혹도…高大 “중대하자 발견..
“교수 20여명이 유급 결정 … 조국 딸, 적성 안 맞아..
“조국 딸, 정유라보다 심각… ‘죽창’이라도 들고싶다..
line
special news “구혜선과 결혼 후 정신과 치료 등 버거운 시간”
결혼 3년 만에 배우 구혜선(35)과 심각한 불화를 겪는 안재현(32)이 이혼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안..

line
“스펙없어 아들 재수시킨 난 나쁜 아빠” 부산대 교..
曺후보 유학 추천서 써준 스승의 충고
‘조국 반대’ 국민청원 10만명 넘어…‘찬성’ 청원도 ..
photo_news
신동엽- 선혜윤PD 부부, 첫 동반 프로그램
photo_news
공지영 “조국 지지…촛불 의미 포함된 꼭 이겨..
line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illust
신하의 말 존중했으나 ‘대의’ 위해선 쇠·돌같이 돌파력 보여
[인터넷 유머]
mark구김 없는 양복 mark대통령과 강도
topnew_title
number “남자친구 아버지가 마약 강제 투약” 신고…..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 의혹’ 前여교사 사기..
‘탄핵결과 용서구해’ 김무성 회견문 돌아…金..
법원 “장시호, 김동성 전처에 위자료 700만원..
송도~마석 GTX-B 노선 ‘예타’ 통과
hot_photo
‘세계 최대’ 인천항 곡물저장고 벽..
hot_photo
푸이그가 따라한 ‘쭈그려 타격’
hot_photo
제네시스 ‘민트 콘셉트카’ 출격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