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4차방북 이후>‘평양회담’ 가능할까

김정은 美 이동에 큰 부담
“정치 악용 가능성” 우려도

조기 개최 가능성이 점쳐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장소가 평양이 될지 주목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4차 방북했을 당시 “별도의 방에서 폼페이오 장관 수행단과 식사를 같이한 북측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러 평양을 방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차 미·북 정상회담 조율에는 장소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김 위원장의 장거리 해외 이동이 쉽지 않다. 지난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중국 고위 인사 전용기로 알려진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의 보잉 747-4J6 기종을 빌려 탔다.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 1호’(IL-62기종)는 기체 노후화 등의 이유로 장거리 이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김 위원장의 경호 문제도 제3국 개최의 난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사실상 ‘중립지대’인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이동 시에 10여 명의 경호원으로 인(人)의 장막을 쳤고, 6·12 미·북 정상회담 때도 싱가포르 현지에 대규모 경호원을 대동하는 등 신변 경호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조율에서 날짜 문제보다는 장소 문제가 더 까다롭다”며 “김 위원장의 경호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측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의 평양 개최를 희망하는 것은 경호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는 체제 안전 보장의 상징성이 강하다. 더구나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에 방북할 경우 북한 당국이 이를 외교적 승리 등으로 대내 정치에 활용할 수도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비핵화 협상 초기 단계에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처음 북한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미 의회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방북까지 감수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