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공무원 ‘관피아’ ‘제식구 감싸기’ 度 넘어…불법에 중징계 6.9%뿐”

기재위 조정식 의원 자료

관세청이 밀수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관세사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이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정식(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관세사자격심의·징계위원회에 회부된 58건의 사례 가운데 등록취소나 업무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진 것은 4건으로 6.9%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견책 및 과태료, 업무일부정지 등 경징계가 31건(53.4%)으로 절반을 넘었다.

이처럼 가벼운 징계가 만연한 이유는 관세사자격심의·징계위원회 구성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위원회는 총원 10명 가운데 관세청 고위직이 4명, 관세사회장 추천인이 3명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의원은 “관세청 공무원들이 퇴직 후 관세사로 재취업하는 관례가 뿌리내린 데다 관세사자격심의·징계위원회마저 이른바 ‘관피아’ 식으로 구성돼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이 위원회에 회부된 58명의 관세사 중 관세청 출신은 36명으로 62.1%에 달했다. 또 9월 말 현재 전체 관세사 자격 보유자 4491명 중 관세청 출신은 2722명(60.6%)이다.

세무사의 경우 이러한 재취업 관행을 고려해 기획재정부 내 세무사징계위원회가 징계심사를 맡는 등 공정성·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관세사 불법행위에 대한 양형기준이 엄격하지 않은 것도 경징계가 만연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관세사자격심의·징계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최고수준의 징계인 등록취소 요건은 형법상 중죄인 밀수입의 경우 ‘물품원가 10억 원 초과’, 명의대여는 ‘대여 기간 2년 초과’의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공무원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더라도 금품액이 100만 원 이하일 경우, 수출입 물품을 허위 신고해도 결제금액이 1만 달러 이하면 과태료 처분 대상으로 분류된다.

조 의원은 “현재 관세청에 두도록 돼 있는 관세사자격심의·징계위원회를 기재부로 이관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