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파·대설·이상저온·폭우·폭염 다 겪었는데… 가을 태풍까지… 농민 ‘피눈물’

경북, 이달에 또 1574㏊ 피해

“자연재해로 1년 내내 농작물 피해를 보네요. 정말 농사짓기 어렵습니다.”

제25호 태풍 ‘콩레이’(KONG-REY·캄보디아 산 이름)로 수확을 앞둔 벼 침수 피해를 본 경북 영덕군 축산면 장모(59) 씨는 “호우와 가뭄에 이어 태풍 등 올해는 자연재해가 구색을 다 갖춰 발생해 농작물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한숨을 지었다. 장 씨는 태풍으로 인한 물 폭탄에 10만㎡ 벼 재배면적 가운데 20% 정도가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인근 농민은 2만7000㎡의 배추밭이 쏟아져 내린 흙탕물로 쑥대밭이 됐다.

영덕에는 지난 5·6일 이틀 동안 덮친 태풍으로 309.5㎜의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이 불어 325㏊의 농작물 피해를 봤다. 인근 포항 368㏊ 등 경북은 태풍으로 18개 시·군에서 벼와 배추, 사과 등 1574㏊에 걸쳐 피해가 발생했다.

앞서 경북은 올해 각종 자연재해에 따른 농작물 손실이 바람 잘 날 없이 발생해 농민들의 속을 태웠다. 한파(1∼2월)로 136㏊, 폭설(3월 8일)로 730㏊, 이상저온(4월 7∼8일)으로 1만6381㏊, 우박(5월 29∼30일)으로 431㏊, 집중호우(6월 26일∼7월 4일)로 371㏊, 폭염과 가뭄(7∼8월)으로 4066㏊, 또 집중호우(8월 26일∼9월 1일)로 639㏊의 농작물 피해를 봤다. 경북도 관계자는 “해마다 우박이나 폭우 등이 2∼4차례 집중적으로 내려 농작물에 피해를 준 적은 있었지만, 자연재해가 연중 골고루 발생해 농작물을 할퀸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와 일선 시·군은 공무원과 군인, 경찰, 자원봉사자 등 인력 1400여 명과 장비 370여 대를 동원해 태풍으로 피해를 본 주택 등 건물과 공공시설 응급 복구에 나섰다. 경북도는 쓰러진 벼는 조기 수확을 지원하고 낙과는 긴급 수매에 나섰다. 경북에서는 태풍으로 농작물뿐만 아니라 영덕과 포항 등을 중심으로 건물 1430채와 학교, 도로, 하천 등 공공시설 100여 곳이 침수되거나 파손됐다. 영덕군 강구초·중·고교는 운동장과 1층 교실, 전산장비 등이 물이 잠겨 복구를 위해 8일 재량 휴업했다.

영덕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