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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08일(月)
‘캐버노 분열’의 타산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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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국제부장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청문회는 진실과 거짓, 음모와 계략, 조작과 선동이 뒤엉킨 현대 민주주의 정치의 민낯을 보여준다. 크리스틴 포드 팰로앨토대 심리학과 교수는 1982년 파티에서 17세의 캐버노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주장했다. 캐버노는 무고라고 격하게 맞섰다. 민주당원들은 포드의 눈물에 울먹였고, 공화당원들은 캐버노의 분노에 동조를 표했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수사국(FBI)에 일주일 조사를 명령했다. 상원은 7일 인준안을 50 대 48로 통과시켜 역대 최고 논쟁을 몰고 왔던 대법관 지명은 1막을 내렸다.

캐버노와 포드,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쟁이다. FBI는 포드가 파티에 있었다고 주장한 5명을 모두 조사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파티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포드 교수가 통과한 거짓말 탐지기 반응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그의 전 남자친구는 “포드 교수가 거짓말탐지기 사용법을 알고 있고, 친구에게 조언해주는 모습도 봤다”는 편지를 상원에 보냈다. 포드는 2012년 성폭행 트라우마 상담을 받았다고 증언했지만, 상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둘로 쪼개졌고, 유언비어가 무수히 나돌았다. 캐버노가 술만 마시면 이성을 잃는 주정뱅이라는 소문에서부터 포드 측이 FBI 조사대상 여성에게 위증을 강요했다는 말도 돌았다. 1983년 캐버노가 스쿨북에 썼던 ‘데블스 트라이앵글(devil’s triangle·악마의 삼각형)’이란 단어를 놓고도 공격이 가해졌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데블스 트라이앵글이 2 대 1 성교의 은어라는 점에서 캐버노를 섹스광으로 몰고 갔다. 캐버노의 친구들은 데블스 트라이앵글은 1980년대 고교생 사이에서 유행했던 맥주 마시기 벌칙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FBI는 ‘포드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치의 영역에서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외쳤듯 선한 목적을 위해서는 사악한 수단도 용납된다는 논리가 통한다. 정치는 종종 사실 입증 전에 판단을 내리는 대중의 속성을 악용한다. 하지만 사악한 수단은 자체가 악일 뿐이다. 미국의 수치라는 ‘포드 vs 캐버노’ 사건에서 우리는 과거를 뒤돌아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 광우병 파동,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굿판…. 거짓이 선동의 도구가 되지 않았는지, 진실이 외면당하지 않았는지 반추해야 한다. 가짜뉴스 척결을 부르짖기 전에 정치는 “그땐 진짜라고 믿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잘못이 바로잡혔다”고 변명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마키아벨리적 정당성이 생긴다.

포드가 불법이민과 낙태에 반대하는 캐버노를 낙마시키고 민주당에 중간선거 승리를 안겨주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수 있다. 반대로 캐버노가 보수 가치를 지키고 트럼프 대통령을 사수하기 위해 성폭행 시도를 감췄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확실한 것은 ‘캐버노 갈등·분열’은 세계를 이끄는 미국 정치와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한국에서도 존재하는 현실의 축약이라는 사실이다. 중대 안보 사안의 오판은 국가의 패망을 부른다. 문재인 정부는 선(善)이라고 믿는 남북 공존 번영의 이념으로 인해 진실처럼 보이는 거짓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로 가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찾아지지 않았다.

jklee@
e-mail 이제교 기자 / 국제부 / 부장 이제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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