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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08일(月)
北만 바라보는 ‘나침반 文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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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北 신고 회피는 비핵화 이탈
美·中도 김정은 핵 포기 안 믿고
文정권, 비핵화 의지 안 보여

트럼프, 중간선거 이후 돌변 가능
미·중·일·북 모두가 위험 요소
더 넓게, 더 멀리 볼 수 있어야


북한 핵 협상이 또다시 춤을 추고 있다.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또 한 걸음 내디뎠다고 하지만, 알맹이가 없어 보인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시기다. 북한은 정말 핵을 포기할 생각이 있을까. 그렇다면 협상은 쉽게 끝났을 것이다. 북이 핵 무기·물질·시설을 신고하고 미국과 국제사회가 검증·사찰과 폐기 절차를 거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미·북 평화협정·수교, 제재 해제, 남북 경협, 국제사회 지원 및 투자가 저절로 따라왔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협상 과정에서 핵 포기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시점, 즉 핵 리스트 신고의 순간이 오자 돌연 태도를 바꿔 전제조건이 잔뜩 붙은 영변 핵 시설 폐기라는 카드를 대신 내밀었다. 협상은 정상궤도를 이탈한 것이다.

미국 정부·군·의회·싱크탱크·언론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정은은 핵이 있기 때문에 미국과 협상할 수 있고, 중국·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했고, 남북 관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북 인민도 딴마음을 먹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미국이 협상을 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다. 트럼프는 북한도 모르고 핵도 모른다. 선거의 유·불리만 알 뿐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는 이번 방북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외교부 부상을 연결해주고 지긋지긋한 북핵 협상에서 손을 털고 싶었겠지만, 그걸 아는 북 당국은 최선희를 중국·러시아로 보내버렸다.

중국도 북 비핵화에 회의적이다. 베이징 당국은 반공식적으로는 “북한이 비핵화라는 전략적 정책 조정을 했다”고 말한다. 다만, 다른 쪽(미국)이 부응하지 못하면 전략적 정책 조정이 정체되거나 거꾸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북한이 전략적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고, 그런 결정을 내렸더라도 번복하면 그만이라는 반응도 내놓는다. 그렇다면 북한 핵 포기를 위해 중국이 직접 나설까. 그럴 것 같지도 않다. 중국은 북한 핵에 위협을 느끼지 않으며, 특히 미국과 한국도 안 나서는데, 중국이 나설 이유가 없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여권 인사들에게 북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믿느냐고 물었을 때 시원한 답변을 들은 적이 없다. “포기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그나마 비핵화 의지가 담긴 답변이었다. 청와대에는 “북한이 핵을 가지면 왜 안 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고, 진보·좌파 진영 내에는 북한 핵을 ‘민족의 핵’으로 간주하며 ‘핵 있는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이 남에 핵을 사용할 일이 없으니 그것이 비핵화라는 ‘창의적’ 논리를 내세우며 제재를 무시하고 남북 경협을 밀어붙이려 한다.

다음 달 6일 미 중간선거까지는 종전선언,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거론되며 협상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관련 당사자 누구도 믿지 않는 북한 비핵화 협상이 계속 굴러갈 수는 없다. 핵 문제가 전문적이라 자세한 내용을 모르던 한·미 국민도 상황이 지도자들의 ‘과대 포장’처럼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결국,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협상 구도를 다시 짜야 하겠지만, 문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해질 것이다. 우선 선거가 끝나면 트럼프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문 정권은 ‘나침반’처럼 보인다. 늘 북쪽으로만 시선이 고정된 것 같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동서남북을 두루 살펴야 한다. 미국은 문 정부가 계속 북한만 옹호하면 일방적인 대북 정책을 세우고 북한뿐 아니라 문 정부를 제재할 수도 있다. 중국도 여전히 사드 문제를 거론하며 문 정부에 대한 불신(不信)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중은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양국 사이의 무역·금융·인터넷·군사 충돌 속에 끼워 넣으려 하고 있다. 일본은 문 정부가 남북 밀월을 위해 한일 관계를 고의로 악화시킨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에서든 안보에서든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문 정권에 비수를 들이대려 할 것이다. 심지어 김정은 정권도 문 정권을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패로 계속 이용하려 하겠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눈도 깜빡하지 않고 돌변할 것이다. 문 정부가 좀 더 멀리, 좀 더 넓게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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