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中 ‘DP굴기’에… 규제묶인 韓 ‘LCD신화’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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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영업실적 첫 역전

BOE·CSOT 등 中업체들
10.5세대 공장 공격 투자
물량공세에 韓경쟁력 약화

차세대 제품 OLED 시장도
中, 대규모 양산체제 박차
기술력 격차유지 안심못해

중국의 거센 ‘디스플레이 굴기’에 세계 정상에 서 있던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휘청이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스플레이는 메모리 반도체와 더불어 국내 수출을 이끌던 핵심 제품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파상 공세에 밀려 ‘LCD 신화’는 저무는 양상이다. 중국과 전선(戰線)을 형성한 반도체, 스마트폰, 게임, 조선, 전기차 등 여러 시장 곳곳에서 한국업체들은 중국의 공세에 강국 자리를 위태롭게 보전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BOE, CSOT 등 중국 주요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세계 1·2위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연간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미 중국 위주로 판도가 재편된 LCD 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이 실적으로 입증되는 첫해라는 설명이다.

이는 정부의 보조를 발판 삼은 중국업체들의 물량과 공세 덕분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현재 선두인 한국업체 입장에서는 LCD로는 생산 측면에서 차별화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최근 BOE, CSOT 등 주요 패널 업체들은 중국 정부 지원 아래 초대형 10.5세대 신규 공장 투자에 나서고 있다. BOE의 경우 중국에서 가동 중인 디스플레이 공장은 10여 개다. 베이징(北京)과 충칭(重慶), 청두(成都)를 비롯해 BOE는 올 초부터 허페이 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10세대 LCD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은 최대 8세대 LCD패널까지만 생산한다.

중국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은 LCD 시장 패권을 놓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LCD패널 공급량은 2017년 4%, 2018년 9%, 2019년 10% 점증하고 있다. 공급 과잉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초대형 신형 공장 투자에 나설수록 한국과 대만, 일본의 노후화된 8세대 공장들은 경쟁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물량 공세’와 ‘가격 후려치기’를 앞세운 중국의 고사 작전은 한국업체들로서는 버티기 힘든 구조다. 중국업체들은 통상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점유율을 높여 경쟁업체 실적을 악화시킨다. 또 중국 업체들은 부품 소재부터 세트(완제품) 사업까지 수직계열화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업체들은 전체 디스플레이사업을 합산한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할 경우 시장 점유율을 넓히면서도 패널 사업 적자를 감내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삼성 등 한국업체들의 수익성은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로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업체들이 돌파구로 삼는 것은 이제 막 시장이 열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다. OLED는 미미한 시장 점유율로 이익이 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중국업체와의 기술력 격차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심할 상황은 못 된다. 이미 주요 중국업체들은 내년 양산을 목표로 OLED TV용 대형 패널을 개발 중이다. 또 삼성디스플레이가 90% 이상 독점한 중소형 OLED 시장을 겨냥해 BOE가 이미 지난해 OLED 6세대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BOE는 앞으로 6세대 공장을 두어 곳 더 구축해 삼성디스플레이 생산량의 70%에 육박하는 물량을 쏟아낼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