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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10일(水)
우파 밝히면 ‘왕따’?… ‘보수 커밍아웃’ 나서는 당당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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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절 99주년인 지난 3월 1일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보수 성향 단체 소속 회원이 태극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文정부 출범 뒤 자유민주주의 · 시장경제 가치 위협 共感
‘정치판 청량제’ vs ‘태극기 집회 청년버전’ 엇갈린 시선


15.5%.

서울에 거주하는 20∼39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중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비율이다. 지난 2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 미래세대 리포트: 꿈과 현실, 그리고 정치의식’ 조사결과다. 45.5%는 자신을 ‘진보’, 39.0%는 ‘중도’라고 응답했다. “보수 성향을 드러내면 따돌림당한다”는 한 대학생의 말이 단순한 푸념은 아니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대학가와 시민사회에는 자신을 ‘보수’ ‘우파’라고 떳떳이 드러내는 20·30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새벽당’ ‘트루스포럼’ ‘자유로정렬’과 같은 새로운 간판이 속속 등장했다. 결성 경위나 활동 내용, 왜 보수의 가치를 옹호하는지 이유는 각각 다르다. 현 정부 출범 후 우리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는 데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한국 사회 젊은 세대의 이념적 지형을 바꾸고 새로운 보수의 흐름을 만들어 내기 위해 꿈틀대기 시작했다.

◇새로운 보수 정당 꿈꾸는 ‘새벽당’= 지난 3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라운지리버티’에서는 젊은이들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올 1월 주점을 겸하는 보수 청년들의 문화 공간으로 라운지리버티를 연 박결(33) 새벽당 창당준비위원회 위원장은 “후원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 이념에 맞지 않는다”고 개업 배경을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5월부터 새벽당 창당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명 가까운 당원을 모았다. 중앙선관위 정식 등록도 준비하고 있다. 창당 이유에 대해 박 위원장은 “외부에서 충격을 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박 위원장은 “탄핵·친박(친박근혜) 프레임 때문에 자유한국당 이름으로는 20대 표를 끌어낼 수 없다”며 “자유주의·시장경제·개인주의를 추구하며 세련된 이미지로 젊은 보수 우파를 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박정희 유산만으로 더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음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드러났다”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이후 상황에 대해선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문화적으로 확립하면 다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확신했다. 박 위원장은 “우파의 가치를 중심에 세우고 의제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가의 젊은 보수주의 확산 =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직접 나선 청년들도 있다. 트루스포럼은 지난달 29일 ‘제1회 트루스포럼 거리 집회’란 이름으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태극기 집회를 주최했다. 김은구(41)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는 “대학 내 조직 형성이 우선이지만, 기회가 있으면 집회를 주도하는 것도 마다치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보수의 불모지’ 대학 사회에 트루스포럼이 차례로 등장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었다. 서울대에 걸린 탄핵 반대 대자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여 ‘탄핵반대 서울대인 연대’를 만들었고, 같은 해 4월 트루스포럼으로 개칭했다. 김 대표는 “현재 전국 80여 개 대학에 트루스포럼이 결성됐다”고 설명했다. 트루스포럼이 표방하는 가치는 △건국·산업화의 가치 △북한의 해방 △굳건한 한·미동맹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 △유대-기독교적 세계관 등 다섯 가지다. 앞선 세 가지 가치에 공감하더라도 탄핵이나 종교에 대해선 다른 의견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 김 대표는 “확장성을 포기하더라도 가치와 신념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예대에서 무용을 전공하는 오도현(23) 자유로정렬 대표는 “예술을 전공하며 우파 내에서 부족한 ‘문화’를 키워나가야겠다고 느꼈다”며 “참여연대와 같은 조직력을 갖추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자유로정렬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문화 콘텐츠를 제시하고 학술 활동을 하는 단체. 20대 대학생·취업 준비생·직장인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2009년 결성된 한국대학생포럼은 지난해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사업과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 태극기 배포 사업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종선(25) 회장 대행은 “인류가 풍요로워질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기초로 한 시장 경제 체제 덕분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선 그런 기본적 원칙들이 파괴되고 있다”며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확장성 부족은 숙제로 남아 = 이들 청년 보수 단체를 둘러싼 같은 세대 젊은이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구태의연한 기존 보수 세력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과 함께 ‘친박·태극기 집회 세력과 무엇이 다르냐’는 회의론도 있다. 연세대 3학년 이모(24) 씨는 “현 정부의 여러 실책을 두고 보수 단체가 비판하는 지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들이 지향하는 바가 과연 ‘젊은 보수 운동’인 것인지, 아니면 그저 ‘태극기 집회의 대학교 버전’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도층에 대한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대 4학년 남모(26) 씨는 “트루스포럼이 내세우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사상에 공감하는 측면이 분명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동성애 등 인권 이슈에 대해서 특정 종교의 강경 입장만을 내세우다 보니 20대들이 얼마나 동참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일국 자유민주연구원 정책연구위원은 “여과되지 않은 원색적 표현은 오히려 우파 진영 재건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상대 진영을 비난하기보다 중도층에게 호응을 얻어 세를 키우는 것이 관건”이라며 “시민의 눈높이를 고려해 세심하게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연·이희권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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