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식·의약 안전’>임상·대마성분 의약품 허용… 희귀·난치 질환자에 ‘희망의 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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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 발전하는 의술…치료기회 확대 총력

말기암 환자 등 불치 판정될땐
개발중 의약품 임상 참여 가능
해당 의약품·질환·병원 등 공개
정부, 임상시험 콜센터도 운영

뇌전증 등 대체치료수단 없을땐
해외허가 대마성분약 사용 추진
美, 에이즈·항암치료에도 사용
英·佛·獨선 경련 완화제로 쓰여

희귀병이나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이들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삶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는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의학기술 덕분에 상황이 크게 바뀌고 있다. 각종 신약과 신기술이 개발되면서 완치까지는 아니어도 증세를 늦추거나 호전시켜주는 치료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과거와 같은 ‘의학적 사형선고’는 줄어들었으나 치료 비용이나 정보가 부족해 치료 기회를 제때 제공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신약은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지만 오랜 기간 소요되는 임상시험을 기다릴 만큼 시간이 부족한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또 해외에서는 의약품으로 허가된 반면, 국내에서는 사용이 불가한 의약품도 희귀·난치성 질환자에게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해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 목적 사용을 승인하고, 국내에서 사용이 불가능했던 대마 성분의 의약품도 수입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임상시험 정보공개를 더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법령상에서는 임상시험계획 승인 정보의 일부(시험제목, 신청사, 승인일자, 시험약, 시험단계, 실시기관명)만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임상시험용 의약품도 치료 목적 승인=개발 중인 신약을 사용하고 싶은 환자들이 활용하는 제도다. 현재 허가받은 의약품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 등의 환자는 개발 중인 의약품의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임상시험의 특성상 참여자 수가 제한돼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 치료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원칙적으로 임상시험 외에는 사용할 수 없으나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승인한 경우에 말기 암, 응급 환자 등 치료 목적으로 예외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직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지만, 동물 등에게 사용해 안전성이 검증된 경우 승인한다.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적용하고 있다.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해 8월부터 공개하고 있다. 치료를 위해 승인받은 임상시험용 의약품 코드명, 대상 질환, 사용하는 병원 등은 온라인의약도서관(drug.mfd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 4월 상담 창구도 마련했다. 임상시험 참여 절차 안내 및 애로사항 상담 등을 위한 콜센터 ‘Hi!(임상시험 정보 안내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에서는 임상시험 참여 가능 정보와 피해보상 절차 안내 및 상담, 치료 목적 사용승인 절차 및 실시 의료기관 안내, 임상시험 참여 관련 애로사항 상담 등을 진행한다.

또 식약처는 정보공개 관련 법령을 정비해 기존 공개항목 외에 선정기준과 제외기준을 추가 공개하고, 시험 대상자 등록 및 관찰 종료 현황, 임상시험 결과 등의 공개도 추진한다.

◇‘대마’ 성분 의약품도 수입 허용=국내에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뇌전증 등 희귀·난치성 환자들에게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 성분 의약품도 자가 치료용으로 수입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와 관련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 9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에서 의결됐으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이 진행 중이다. 해당 법안은 환자가 자가 치료용으로 대마 성분 의약품이 필요하다는 의사 진료 소견서를 받아 식약처에 수입·사용 승인을 신청하면 환자에게 승인서를 발급한다. 환자가 해당 승인서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직접 제출하면, 센터가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 성분 의약품을 수입해 환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에선 식욕부진을 겪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 항암치료를 받은 뒤 구역 및 구토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대마초의 유도제인 드로나비놀(dronabinol) 성분의 의약품을 허용하고 있다. 또 영국과 프랑스, 독일, 호주에서는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경련 완화제로 대마초에서 추출된 칸나비디올(CBD) 성분의 의약품이 허가돼 있다. 이 외에도 소아기 간질성 뇌병증, 영아기 간질 등에 효과를 보인 대마 성분 의약품이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마 성분 의약품은 규제(종자·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은 제외)되고 있다. 정부는 해외에서 허가된 자가 치료용은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대마초에서 유래된 것이라도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지 않은 식품, 대마오일, 대마추출물 등은 자가 치료용으로 수입·사용이 지금과 같이 금지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