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중국 市場 ‘프리미엄’으로 도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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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9월 16일부터 2주간 해양수산부와 공동으로 중국 쓰촨(四川)성의 성도(省都)이자 서부지역의 소비 거점인 쓰촨성 청두(成都)에서 우수상품전을 개최했다. 무역협회의 주요 유통 바이어 모임인 ‘KITA 빅바이어 클럽’의 한 멤버가 한국의 프리미엄 식품 및 화장품 기업 19개사의 제품을 수입해 현지 회원제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행사였다. 빅바이어 클럽에는 아마존, 세븐일레븐, 뱅가드 등 글로벌 대형 유통기업 68개사가 포함돼 있다.

이번 행사는 한국 기업 현지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3일 무역협회가 쓰촨성 상무청과 체결한 업무협약의 첫 번째 후속 사업이다. 필자는 행사의 주인공인 19개 기업 대표들과 함께 다녀왔는데, 현지의 열기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판매전과 연계해 개최한 1 대 1 수출상담회를 통해 한국과의 경제 협력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상무청장이 직접 행사에 참여한 것은 물론 중국 각지에서 온 107명의 바이어가 19개 우리 기업과 279건의 상담을 벌여 3374만 달러의 실적을 기록했다. 회당 상담시간을 30분으로 제한했는데도 기업당 약 15건의 상담을 소화한 셈이다. 행사에 참여한 국내 유기농 에너지바 생산업체는 상담장에서 한 컨테이너 분량의 초도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한국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중국의 많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는 현지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갖춘 우리 기업들이 참여했기에 가능했다. 협회가 중국 현지의 유력 유통 채널을 개발하고 바이어와 공동으로 제품별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 후 현지 소비자의 피드백을 근거로 유통망 입점까지 연결하는 등 지원을 세분화·전문화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서부지역은 더 이상 동부 연안에 비해 낙후된 개발지역이 아니다. 맞춤형 수출 전략으로 공략해 나가야 할 떠오르는 소비시장이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 서부 주요 지역인 쓰촨성, 충칭(重慶)시, 산시(陝西)성은 각각 8.1%, 9.3%, 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중국 평균인 6.7%를 가볍게 웃돌았으며, 각 성의 중심 도시뿐만 아니라, ‘3선 도시’로 불리는 위성도시도 수백 만의 소비인구에다 전자 상거래와 모바일 결제를 배경으로 높은 안목과 소비력을 지니고 있다.

중국 서부는 물류에 불리하다는 편견도 걷어내야 한다. 물론 물리적인 거리를 고려하면 단가에서 불리한 점이 있을 수도 있으나 품목에 따라서는 유럽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중국 서부가 물류의 전진기지가 될 수도 있다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TCR(Trans China Railway) 화물 운송 열차는 IT 제품이나 가전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유럽으로 실어 나른다. 청두는 유럽으로 향하는 화물열차의 출발 기점인데 이번 출장 기간에 방문한 청두의 칭바이장(靑白江) 철도기지 담당자는 “12일이면 청두에서 유럽 각 철도 물류 기점으로 화물을 보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중국 서부는 매력 있는 시장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시장도 아니다. 중국 1∼2선 도시의 백화점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이는 서부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가격을 포함해 제품 자체의 경쟁력으로 무장한 프리미엄 소비재라면 자신 있게 부딪쳐 봐야 할 도전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 기업들은 오는 11월 중국 ‘국제수입박람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무역상담회에 참가했던 한 중국 바이어는 “오는 11월에 다시 만나자”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우리 무역업계와 지원기관이 중국 서부시장 개척을 위해 다시금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