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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10일(水)
지방교육 빚 15兆와 고교 無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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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사회부 부장

5년 전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4년 9월, 교육부는 해명 자료를 하나 냈다. ‘박 대통령의 고교 무상교육 공약이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음에 따라 현 정부 내 실현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졌다’고 한 언론 보도에 대한 입장이다. 교육부는 절반은 인정했지만, 절반은 미련을 남겼다. 세수 감소, 지방교육재정 악화 등 어려운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2015년에 고교무상교육을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당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전년 대비 1조3475억 원이 삭감되는 등 교육재정의 숨통은 막혀 있는 상태였다. 덧붙여 2016년 이후 세입 전망, 기존 사업의 세출 구조 조정 등을 고려해 될 수 있으면 현 정부 내에서 조기에 무상교육에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수포가 됐다.

이 공약을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덜컥 집어 들었다. 실시 시기는 2020년. 이를 위해 교육부가 정책연구를 발주할 참이었는데 느닷없이 지난 2일 신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시기를 1년 앞당기겠다고 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고교무상교육은 고 1만 시행해도 내년에 6600억 원, 전면 시행에는 2조 원 이상이 소요된다.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 예산 편성안에 대한 기획재정부 심의는 이미 8월 말에 끝났다. 국가재정법 제33조에 따라 대통령 승인을 얻은 예산안이 지난달 2일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국회 심의만 남았고 12월 2일이면 예산안이 확정되는데 신규 예산을 요구했다. 기재부도 전혀 사전 합의가 없었다고 했다. 정권과 교육부 장관의 약속이 허언(虛言)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법 개정과 함께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비율을 올려야 한다. 시간도 2개월밖에 없고 야당 협조도 미지수다.

절차적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 교육 분야에 다시 ‘복지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이 고개를 들었다는 점이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무더기로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의 공약을 뜯어보면 헛웃음이 나오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 무상복지를 전면에 내세운 장밋빛 청사진 일색인데, 재원 마련 방안은 궁색하기 그지없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교육감 공약 중 ‘백미(白眉)’로 고교무상교육을 꼽았다. “대선 공약인 고교무상교육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라 2020년부터 추진된다는 틈새를 노려 2019년부터 고교무상교육을 먼저 시행하겠다고 한 게 단연 돋보인다”고 정리했다. 이번엔 정부가 다시 보조를 맞추겠다고 나선 셈이 됐으니 교육정책이 장기판의 즐거운 졸(卒)로 전락한 느낌이다. 현재 시·도 교육청에 앞서 시행한 누리과정 사업비 등으로 쌓인 지방교육채 빚만 15조745억 원이 넘는다. 미래세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2020년 총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고교무상교육의 조기 시행은 자칫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우려스럽다. 유 부총리는 한 달여 전 지명될 때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취임 후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고교무상교육, 유치원 영어 방과 후 교육 허용 발언을 보면 그새 ‘철학’이 바뀌었는지 의아스럽다. ‘공짜 점심’은 없다. 그리고 ‘교육혁명은 산업혁명과 민주화 혁명만큼이나 중요하다’(미국 사회심리학자 탤컷 파슨스)고 했다.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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