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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10일(水)
與圈에 만연한 ‘페이크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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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보수 궤멸론 펴온 이해찬 대표
北 김영남 ‘보수 타파’ 운운에
‘살아 있는 한 정권 안 뺏긴다’

文대통령도 北실체 눈감고 찬사
상당수는 평양 강제동원 감격
민주주의 멀어지는 현상 심각


민주주의는 허울일 뿐인 ‘페이크(fake) 민주주의’ 행태가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여권(與圈)에 만연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평양 발언도 가까운 예다. 지난 5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에 참석한 이 대표는 안동춘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정권을 뺏기면 (남북 교류를) 또 못하기 때문에 제가 살아 있는 한 절대 안 뺏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직후 기자들을 만나서는 “평화 체제가 되려면 국가보안법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통일 위업 성취에 남녘 동포도 힘을 합쳐서 보수 타파 운동에…”라고 주문하며 자리를 뜬 뒤에 나온 말들로, 북측 주장에 사실상 맞장구치며 대한민국 보수 세력에는 적대감을 드러낸 셈이다.

북한 정권이 적(敵)일지언정 대한민국 헌정 질서 내의 정당이 적일 순 없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 경쟁하며 견제·보완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정당정치가 발전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상대를 궤멸·박멸할 적으로 여기는 것은 그악스러운 독재적 발상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선 당시에도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철저히 궤멸시켜야 한다. (우리가) 쭉 장기 집권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 직후에는 “적어도 4∼5번 계속 집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이젠 평양에 가서까지 국가보안법 개폐(改廢)를 공언하고, 자신들이 대통령을 바꿔가며 영속적으로 집권해야 대한민국에도 북한 정권에도 좋은 일이라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이 대표 소신이던 민주주의가 페이크 민주주의로 변질됐다고 실토한 것으로도 들릴 만하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이주영 국회 부의장이 8일 성명서를 통해 “김영남과 이해찬이 북측의 통일전선 단일대오 형성을 완료한 듯하다”며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를 북측 인사들 면전에서 거론한 것은 한심하다고 개탄한 취지도 다를 리 없다. 이를 두고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구태의연한 색깔론과 시대착오적 반공 이데올로기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으나, 이 부의장 지적이 거칠긴 해도 공감할 만하다는 국민이 많다. 정략적 색깔론으로 치부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극단적 독재의 전제(專制)정치 체제인 북한의 인민민주주의는 페이크 민주주의의 전형이다. 최고지도자가 모든 권력을 장악해 마음대로 행사하는 3대 세습 왕조다. 인민은 체제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아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 정권은 핵(核)무장에 집착하고, 수십만 명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도 벌였다. 그런 상황에서 페이크 민주주의 의심을 자초하는 여권 인사는 이 대표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19일 평양의 ‘5월 1일 경기장’에서 대규모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관람 후 연설하며 북한을 한껏 치켜세웠다. ‘대한민국 대통령’ 아닌 ‘남쪽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칭한 문 대통령은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나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봤다”며 북한 주민과 정권을 함께 극찬했다. 동원된 청소년들의 참담한 인권 유린에 대해 세계가 지탄하는 집단체조를 본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평양시를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 운운했다. 문 대통령 환영·환송을 위해 10만 이상의 평양 시민이 강제동원돼 꼭두새벽부터 평양 거리에 나와 줄지어 인공기와 꽃을 흔드는 시대착오적 연출을 목격하고, 안타까워하긴커녕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는 여권 인사도 적지 않다.

그러니 북한은 김정은 우상화에 더 열을 올린다. 지난 7일 노동신문은 ‘남녘 땅 곳곳에서 경애하는 원수님을 전설 속의 천재, 소탈하고 예절 바르신 지도자, 덕망 높으신 지도자 등으로 칭송하는 목소리가 그칠 새 없이 울려 나오고 있다. 남조선 각 계층은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취해주신 사려 깊은 조치들에 대해 한없는 감동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헌법의 ‘3권 분립’에 아랑곳없이 입법부와 사법부 위에 군림하는 것으로 비치는 청와대 행태의 반복 등 겉으로 표방하는 것과 다른, 페이크 민주주의가 문 정부와 여당에서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본부터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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