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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10일(水)
외교관과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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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외교관에게 외국어, 특히 영어 구사 능력은 기본적인 요건이다. 세계어가 된 영어는 물론이고, 자신의 전문 지역 언어 한두 개쯤 유창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서구 외교관 중에는 5∼6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여러 차례 외교관들의 외국어 능력 부족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모국어 실력과 외교관으로서의 자질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외교관들의 영어 구사 능력 부족을 지적한 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수십 년 동안 동맹 및 북핵 외교를 담당했던 ‘주류 외교관’들이 현 정부 들어 줄줄이 퇴출된 것과 대비돼 더욱 그렇다. 한국 외교관들의 영어 실력은 대체로 일본, 중국 등의 외교관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더 낫다는 평가도 많다.

외교관 출신인 장부승 일본 간사이(關西) 외국어대 교수가 최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외교관에겐 외국어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올리자 수십개의 댓글이 붙으며 논쟁이 뜨거웠다. 장 교수는 “외국어 구사를 외교관의 중요 능력이라고 간주하지만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최소 95% 이상의 업무는 한국어로 진행된다”면서 “외교관에게 중요한 것은 전문을 읽고, 정세 분석을 하며 정책을 입안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실제 외교관의 일상 업무, 즉 전문 읽기, 면담기록, 행사 결과 보고서, 회의 자료 작성, 브리핑 등은 우리말로 이뤄진다. 장 교수는 “조국에 대한 애착이 더 필요하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외교와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는데, 외교관을 통역관 정도로만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외무고시 합격 뒤 2000년부터 15년간 외교부에서 일하다 연구소 및 학계로 활동 무대를 옮긴 인물이다.

모든 외교관이 통역관이 될 필요는 없다. 물론, 이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때도 북한 측이 통역관의 배석을 금지해 앤드루 김 CIA 코리아미션 센터장이 통역을 맡기도 했다. 외교부는 강 장관의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여러 문제를 지적했는데 영어 부분만 과도하게 부각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통역관 출신인 강 장관 지시 후 외교부가 영어 교육 강화에 나선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한국 외교관들에 대한 모욕도 된다. 영어 공부를 시키기보다 북핵과 동맹 등을 다뤄나갈 외교력을 키우는 일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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