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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11일(木)
賞받은 자와 상처받은 자의 어긋남… 교실은 한낮인데 학생은 한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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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원재 ‘시차’

묵히면 ‘시’가 되는 낙서도 있다. ‘난 이렇게 살다 죽을게/넌 그렇게 살다 죽으렴’. 원제목은 ‘존중’이지만 뒤틀린 심사일 땐 ‘저주’로 들린다. 사는 방식은 낱낱인데 ‘전지적 참견 시점’이 주변에 허다하다. ‘어둡고 괴로웠던 세월은 흘러/끝없는 대지 위에 꽃이’(나애심 ‘과거를 묻지 마세요’ 중) 피는 건 자연의 약속이다. 하지만 ‘그래 처음부터 이 세상에는 나만의 것이 없었던 거야/다만 내가 나를 속여가면서 믿고 싶어 했을 뿐’(김완선 ‘나만의 것’ 중)도 인정해야 한다. 지혜는 ‘짧은 터널처럼 나의 아픔은 그냥 지나쳐야’(‘나만의 것’ 중)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나의) 웃음 뒤로 이어지는 (너의) 신음까지 외면할 순 없다. 묻지 말되 잊지도 말아야 한다. “나 아직 살아있는데….” 영화 ‘터널’은 창고에 갇혀도 주인공 하정우의 이 한 마디는 수시로 꺼내야 한다.

음악동네 옆 수다마을에선 유명인의 겉과 속을 파는 7일장이 열린다. 지치지 않는 4명의 진행자와 당할 듯 당하지 않는 4명의 게스트가 주거니 받거니 쉴 새 없이 떠든다. ‘고품격음악방송’임을 매주 표방하지만 끝자락에 살짝 노래방 분위기를 내는 정도다. 그래도 가식이 적고 유쾌한 고백이 난무하니 소리(音)가 즐거워(樂) 사람들이 모이는(會) 모양새를 제법 갖췄다. 신개념 수요음악회 ‘라디오스타’는 이렇게 12년째 순항 중이다.

지난주에는 ‘빠지면 답 없는 문제적 남자들’이 나왔다. 휘성, 쌈디, 우원재(사진), 이용진(이들 4명의 이름을 다 맞힌다면 예능의 ‘북방한계선’까지 도달한 수준이라 할 만하다). 살펴보니 이들은 한때 수렁에도 빠졌고, 음악에도 빠졌다. 유독 세 번째 출연자가 눈에 들어온 건 목에 살구색 테이프를 붙이고 나와서다. 문신을 가린 심정의 일단이 노랫말에 나온다. ‘밤새 모니터에 튀긴 침이 마르기도 전에 강의실로/아 참 교수님이 문신 땜에 긴 팔 입고 오래/난 시작도 전에 눈을 감았지/날 한심하게 볼 게 뻔하니’(우원재 ‘시차’ 중).

시차(시간, 시각, 시선의 차이)를 견디려면 기본으로 돌아가는(back to the basic) 게 상책이다. 개구리를 독수리로, 고양이를 호랑이로 만들려 몸집을 키워도 기껏해야 황소개구리나 살찐 고양이에 불과하다. 그러니 크기(성적)로 줄 세워 기죽이지 말아야 한다. ‘이 시꺼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서태지 ‘교실 이데아’ 중). 예의를 살리려고 창의를 죽이는 건 시대와 맞지 않는다. 먼저 ‘성적’ 두 글자를 뒤집어라. 그래야 ‘적성’이 보인다. ‘내 새벽은 원래 일몰이 지나고/하늘이 까매진 후에야 해가 뜨네(중략) 난 이게 궁금해/시계는 둥근데/날카로운 초침이 내 시간들을 아프게’하고 ‘모두가 바쁘게/뭐를 하든 경쟁하라 배웠으니/우린 우리의 시차로 도망칠 수밖에/이미 저 문밖엔 모두 그래/야 일찍 일어나야 성공해/안 그래/맞는 말이지 다/근데 니들이 꿈을 꾸던 그 시간에 나도 꿈을 꿨지/두 눈 똑바로 뜬 채로’(‘시차’ 중). 황금밥상에서 밥 먹는 게 성공이라면 평생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다. 삼시 세끼 먹는 게 성공이라면 하루에 한 번은 성공할 수 있다. 상 받은 자와 상처받은 자들의 어긋난 시차 때문에 교정은 한낮인데 심정은 한밤중이다. 교실은 현실과 진실 사이에서 또 하루 저물어간다.

고려시대 만적이 지금 태어난다면 래퍼가 됐을지 모른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우리라고 언제까지 매 맞으며 일만 할 건가’. 노예 12년(초·중·고 합) 동안 짓눌린 청소년에게 랩은 리듬이자 호흡이고 생명의 동아줄이다.

방송이 끝나고 출출한데 TV광고에 ‘터널’의 주인공 하정우가 등장한다.

‘실패 좀 하면 어때요/좀 넘어지고 그럴 수 있지/라면을 봐/물에도 빠지고 불에도 팔팔 끓고 하니까/맛있어지잖아’. 15초에 라면도 팔고 인생도 깨우쳐주니 오늘은 잠도 잘 오겠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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