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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KY TRAVEL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12일(金)
항공 변방서 글로벌 강자로 도약시킨 ‘하늘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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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3년 5월 16일 보잉747 점보기의 태평양 노선 취항식에서 한진그룹 조중훈(왼쪽 네 번째) 창업주가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탄생 50주년‘보잉747’… 대한항공엔 어떤 의미

1973년 보잉747機 첫 도입
1년뒤엔 화물노선에도 투입
오일쇼크·여객수요 감소에도
항공산업 성장 이끈 일등공신

승객 600만·화물 90만t 운송
25년동안 8만7000시간 운항


2018년 9월 30일은 보잉747 항공기가 세상에 공개된 지 50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보잉747 항공기는 ‘점보 제트기(Jumbo Jet)’ ‘하늘의 여왕(Queen of the Skies)’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세계 항공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아 왔다. 1968년 9월 30일 시애틀에서 첫선을 보인 보잉747 항공기는 1969년 2월 처녀비행 이후 1970년 1월 22일 팬암항공의 뉴욕발 런던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후 보잉747 항공기는 세계 항공시장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이는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이 1973년 첫 번째 보잉747 항공기를 도입한 이후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그해 대한항공이 보잉747 항공기에 대규모 승객을 태우고 태평양을 건넌 후 대한민국의 항공 발전도 높이 날아올랐다.

◇보잉747, 세계 항공산업 도약시킨 ‘게임 체인저’=1960년대 베트남에서 전쟁을 수행했던 미국 공군은 대형 화물을 싣고 비행할 수 있는 크고 성능이 뛰어난 항공기가 필요했다. 더욱이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일반 여객 수요도 비약적으로 늘고 있었다.

팬암항공은 보잉사에 규모가 당시 최신 모델이던 보잉707의 두 배인 항공기를 제작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고 보잉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보잉747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보잉747은 최초의 와이드 보디(wide-body) 항공기다. 객실 내 통로가 2개 있는 대형 항공기라는 의미다. 1968년 탄생 이후 2000년대 중반 에어버스사의 A380 항공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가장 큰 여객기로 명성을 떨쳤다. 2개의 통로와 높은 천장은 탑승객들에게 다른 소형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쾌적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항공사로선 수백 명의 승객을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최적의 항공기인 셈이었다.

달라진 풍경은 항공기 기내만이 아니었다. 공항도 보잉747에 맞춰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형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게 활주로를 재정비하는 것은 물론, 많은 승객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만큼 터미널, 탑승수속 카운터, 수하물 수취대, 라운지, 편의시설 등 각종 공항 시설도 함께 달라졌다.

기술적인 진보도 이뤄졌다. 더 커진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기존 엔진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잉747이 움직이고 추진력을 받기 위한 수준의 엔진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연관 산업도 함께 성장했다.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보잉747의 특징 덕분에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항공권 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되면서 항공여행이 일상화될 수 있었다. 여행산업까지 그 효과가 확장됐다는 의미다.


◇대한항공 역사와 궤를 같이한 보잉747…미래 내다본 투자 평가받아 = 전 세계 항공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어낸 보잉747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보잉747이 첫선을 보인 1968년 이후 폭넓은 노선망과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선진 항공사들만이 이 항공기를 도입해 운영할 수 있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항공사의 위상이 보잉747 보유 여부로 판가름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대한민국이라는 당시 변방 국가에서 보잉747을 구매하게 된다. 1969년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그 이듬해인 1970년 ‘보잉747 도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타당성을 검토했다. 그리고 보잉사와 보잉747 2대를 구매하는 가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7000만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에 끊임없이 반대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중훈 창업주는 장기적으로 대한항공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1972년 9월 5일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보잉747 1번기는 미국 시애틀을 출발해 1973년 5월 2일 김포공항에 도착했고 2주 후인 5월 16일 태평양 노선에 정식 투입됐다.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요인과 주한 외교사절, 각계 대표 등 800여 명이 참석해 성대한 행사가 진행됐다. 이듬해인 1974년 9월에는 세계 최초로 보잉747 점보기를 화물 노선에 투입했다. 세계 항공화물 시장을 주름잡게 될 대한항공의 뜻깊은 첫걸음이었다.

이와 같이 잇단 보잉747 점보기 도입은 대한민국이라는 변방 국가의 조그만 신생 항공사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세계 유수 항공사들도 오일쇼크와 여객 수요 감소 때문에 보잉747 도입·운영을 꺼리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서 1980년 초까지 이어진 오일쇼크 등 외부 악재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유지해 온 대한항공은 1980년대 말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지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보잉747의 미래는? ‘굿바이’ 아닌 ‘리멤버’=8만7000시간, 1만9000회를 운항한 대한항공의 첫 보잉747은 누적 승객 600만 명과 누적 화물 90만 t을 싣고 전 세계 하늘을 누빈 후 지난 1998년 퇴역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대형 항공기의 대표 아이콘이었던 보잉747도 새로운 대형 기종들에 그 자리를 서서히 물려주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보잉747 여객기 14대와 화물기 11대 등 25대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항공산업의 지형을 바꾼 보잉747 항공기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지만, 보잉747의 이름은 항공산업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전설로 남아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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