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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12일(金)
결함투성이 인체는 치열했던 진화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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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오류 보고서 / 네이선 렌츠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BBC 다큐멘터리는 얼마 전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영국의 해부학자 앨리스 로버츠 버밍햄대 교수에게 의뢰해 완벽한 인체 모델 만들기에 도전했다. 로버츠 교수는 동물별 우수한 신체 부위를 가져와 인체에 적용, 자신의 이름을 딴 ‘앨리스 2.0’을 선보였다.

‘앨리스 2.0’은 판타지 영화 속 외계인 같은 모습이었다. 고양이의 귀, 문어의 눈, 백조의 폐, 침팬지의 허리, 타조의 다리 그리고 무엇보다 캥거루의 아기 주머니가 눈길을 끌었다. 인간의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는 최적의 조합이라지만 왠지 낯설고 기이했다.

책은 바로 이런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인체의 신비, 인류 진화의 원리를 설명한 연구서는 많지만 인체의 결함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책은 없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뜻밖에 결점투성이다. 시력이 금세 나빠지고 감기에 잘 걸리며 발목을 접질리는 일이 허다하다. 오래 서 있으면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가고, 인간만큼 임신 기간이 긴 동물도 드물다.

예를 들어보자. 인간의 눈은 매우 부실하다. 미국·유럽에서는 인구의 30∼40%가 근시(近視)다. 아시아에서는 이 비율이 70%를 넘기도 한다. 근시는 다쳐서 생기는 게 아니라 설계 결함 때문이다. 원시(遠視)도 있다. 원인은 근시의 반대 개념이다. 원시의 한 종류인 노안(老眼)은 마흔 즈음에 시작되며 예순쯤 되면 사실상 모든 사람이 가까운 물체를 보지 못한다.

이에 비해 새의 시력은 슈퍼 히어로급이다. 맹금류는 아주 멀리서도 먹이를 분간할 수 있고, 철새는 지구 자기장을 볼 수 있다. 고양이나 개도 야간 시력이 인간보다 탁월하다. 이는 기능적 문제를 떠나 물리적 설계 결함 탓이다.

자연에서부터 설계 하자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예는 어류에서 포유류에 이르는 모든 척추동물의 망막이다. 척추동물 망막의 광수용체 세포는 거꾸로 설치돼 있다. 배선이 빛을 향해 있고 광수용체가 안쪽을 향해 있는 것이다. 소리를 감지하는 마이크가 죄다 엉뚱한 방향으로 향해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인간의 눈을 닮은 두족류(문어·오징어)의 망막은 광수용체가 앞을 향해 있다. 인간의 눈이 잘못 설계됐다는 점에 대다수 안과의사는 동의한다.

하나 더 보자. 눈 밑에 있는 부비동(副鼻洞)이다. 공기와 액체로 차 있는 구불구불한 구멍들인데 일부는 머리 안쪽 깊은 곳에 있다.

사람은 감기에 자주 걸리는데 그중에는 부비동염을 동반하기도 한다. 부비동 속 점액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다. 그러나 개나 고양이는 좀처럼 부비동염에 걸리지 않는다. 야생동물도 콧병에 걸리지 않는다. 인간이 부비동염에 취약한 이유는 부비동 내 점액 배출체계가 잘못 설계됐기 때문이다. 점액 배수관이 안면 상악동 꼭대기에 있어서 중력을 이용한 배수가 어렵다.

직립보행은 또 어떤가. 인류 조상들이 네 발에서 두 발로 걸음을 옮기면서 무릎과 발목뿐만 아니라 등도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몸은 똑바로 선 자세가 됐지만 충격 흡수를 위해서 등뼈는 더 많이 휘어졌고, 상체의 무게를 골반과 다리에 골고루 분산할 수 있도록 허리가 움푹 들어가게 됐다. 이 때문에 인간은 오랫동안 똑바로 서 있으면 허리 근육이 수축해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왜 하필 결함일까.

뉴욕시립대 생물학과 교수인 저자는 인간의 몸에 있는 수많은 설계 결함은 위대한 생존 투쟁에서 얻은 상처라고 말한다. 우리 몸에는 수많은 오류가 있지만 그 결함 또한 인간의 일부라는 의미다.

인류가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하기 위해서 그동안 어떤 대가를 치러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뼈와 DNA, 뇌 등에서 발생하는 오류, 인간을 괴롭히는 질병을 통해 진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304쪽, 1만7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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