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여성들의 페미니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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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진가 / 모데라타 폰테 지음, 양은미 옮김 / 문학세계사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가문의 여성 일곱 명이 모여 남성과 결혼 등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한 대화록. 초기 페미니즘 사상이 담긴 고전으로, 베네치아 사회 속에서 여성들이 처한 곤경에 대해 세밀하게 묘사했다.

가든파티에 참여한 기혼녀, 과부, 미혼녀, 약혼녀 등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은 연약한 남성성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대며 남성이 여성을 유혹하는 방법과 음담패설 등을 자유롭게 얘기한다. 이런 식이다. “2시일 때 10시를 가리키는 믿을 수 없는 시계를 생각해보세요. 남자들은 바로 그런 존재라고요.” “당신은 역사가들이 말하는 남녀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믿는 거예요? 이런 역사는 결코 진실을 말하지 않는 남자들에 의해 쓰였다는 걸 기억하세요.” “우리는 이미 과거에 너무 많이 닥치고 살았어요. 더 많이 닥칠수록 더 고약한 것만 얻게 됐죠.” “남자들은 결혼하고 나서야 비로소 몇몇 장점들을 갖게 되죠.”

책의 앞부분에는 본명이 모데스타 포조인 저자의 후견인 지오반니 니콜로 도글리오니가 쓴 저자의 전기가 담겨있다. 1592년 셋째 아이를 분만하던 중 서른일곱의 나이에 사망한 저자의 묘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토스카나어로 운문과 산문을 쓰면서 수많은 지적 자식들을 절묘하게 생산해 낸, 최고의 학식을 갖춘 여성, 이곳에 잠들다’. 208쪽. 1만3000원.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