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마 “한국 음악은 ‘강렬한 감정덩어리’ 원초적 깊이… 강인한 문화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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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예술의전당 공연 요요마

실크로드 앙상블 20주년 기념
20여국 낯선 악기 함께 어울려
韓 작곡가 김대성 작품 初演도

“저는 한국 전통 민요에 특별하게 이끌립니다. ‘실크로드 앙상블’의 한국 연주자 친구들이 몇 곡 소개해 주었는데요, 제 생각에 한국 음악은 놀라울 정도로 힘이 있습니다. 국악은 원초적이고 깊이가 있으며, 후음(喉音)을 많이 사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절기를 기념하는 곡들이 많고, 남녀의 애정을 노래하고, 연민으로 가득 차 있으며, 강렬한 감정 덩어리입니다. 문화의 강인함이 반영돼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거장 첼리스트 요요마(63·사진)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전통 음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는 17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실크로드 앙상블 2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실크로드 앙상블은 한국, 중국, 몽골, 이란, 인도, 터키 등 옛 실크로드 지역에 있는 20여 개국 음악가를 모아 1998년 창단한 음악 단체다. ‘세계 70억 인구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음악’이라는 요요마의 믿음으로 시작됐다. 언어도, 문화도, 연주 방식도 다른 연주자들로 이뤄져 있다. 첼로, 바이올린, 장구 등 익숙한 악기를 비롯해 생, 바우, 쇄납, 가이타, 타블라, 사쿠하치, 피파 등 이름도, 음색도 낯선 악기가 한데 어우러진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동서양의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지는 ‘실크로드 앙상블’의 연주 장면. 크레디아 제공

요요마 자체가 프랑스 파리에서 중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4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는 등 다국적 성장 배경을 지녔다. 그는 “실크로드와 함께해 온 지난 20년간의 여정을 통해 협업과 우정, 연결이 얼마나 필수적인지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자신보다 훨씬 어린 실크로드 앙상블 멤버들과 함께 버스 투어를 하며 밤늦게 공연을 할 때 몸에 무리가 온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청중이 자신과 비슷한 무언가를, 아니면 난생처음으로 접하는 무언가를 듣기를 원한다”며 “분열된 시대에 문화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이번 한국 공연 레퍼토리에 대해 “20년이 지난 실크로드가 그 뿌리를 찾아가려는 것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중국, 베트남 전통 음악과 브라질 삼바, 미국 재즈가 어우러진 모음곡으로 막을 연다. 서로 다른 음악이 만나 어떻게 하나의 새 음악으로 재탄생되는지 보여주는 곡이다. 요요마가 연주하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과 실크로드 앙상블의 즉흥·창작곡도 선보인다. 한국 작곡가 김대성의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자장가’는 이번에 세계에서 초연되는 작품이다. 실크로드 측은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곡은 한국, 중국, 일본을 위한 평화의 노래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수백 번의 전쟁이 있었고 수많은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습니다. 어머니의 자장가가 주는 따스함으로 사랑 가득한 아시아의 미래가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