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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15일(月)
고용재난 속 勞總만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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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고용참사 국면에 양 노총 침묵
‘질 좋은 일자리’로 혜택 독식
민노총 조합원 10만 이상 늘어

노동개혁은 체질 전환에 필수
文정부, 적폐인 양 언급 회피
‘勞政유착’ 끊어야 혁신 가능


재난 수준의 고용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 9월 실업자가 9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었고, 고용 중심축 30·40대의 일자리 22만 개가 사라졌다. 고용난은 근로 계층의 생계를 직접 위협한다는 점에서 최우선 노동 현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노동계를 대표한다는 한국노총(勞總)과 민주노총은 잠잠하다. 다른 이슈에서는 예사로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서던 것과 사뭇 다르다. 양 노총이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은 맞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질은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애써 강조해왔다. 상용직과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등을 근거로 들지만, 허수가 많다. 1년짜리 계약직도 상용직이고,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으려는 수요가 고용보험 가입자를 늘린 측면도 적잖다. 정작 임시직·일용직이 직격탄을 맞고 신음하는 사실은 외면한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이슈페이퍼에서 비슷한 논리로 ‘전반적인 일자리의 질이 나아지는 중’이란 결론을 냈다. 문 정부 고용정책에 이견이 없다는 얘기다.

문 정부 출범은 기득권 노조에 날개를 달아줬다. 노총 소속 근로자는 ‘친노(親勞)정책 3종 세트’의 최대 수혜자다. 최저임금 인상은 연쇄 상승효과로 대기업 고액 연봉자의 임금도 올려놓았다. 주52시간제로 일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막강 노조가 임금 삭감을 막고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조합원 수를 늘렸다. 민노총만 해도 2016년 조합원이 정부 집계로 65만 명이었으나 문 정부 출범 후 10만 명 넘게 늘었다고 한다.

양대 지침과 성과연봉제 폐기가 노·정(勞政) 유착의 신호탄이었다. 이 두 가지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존 근로자에겐 눈엣가시였다. 사측 입장을 대변해온 한국경영자총협회에는 지휘부를 흔든 것도 모자라 조사단을 투입해 탈탈 털었다.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은 보란 듯이 풀어줬다. 파리바게뜨에 이어 현대·기아차 사내 하청 문제에서도 노사합의를 무시한 채 직고용을 압박하고 있다. 급기야 16개 정부기관을 동원해 소상공인연합회를 뒤진 것은 문 정부 친노 정책의 모순을 드러낸 사례다. 소상공인은 사용자이면서 그 자신 장시간 노동을 투입하는 근로자 성격도 지닌다. 수입은 근로자 평균임금에 한참 못 미친다. 보호는 못 할망정 탄압해서야 되겠는가.

최악의 고용참사가 이어지는데 노총만 전성시대다. 국회의원 중 노동계 출신이 23명이다. 정부·여당의 요직도 꿰찼다. 임금인상, 고용보장 등을 정부가 대신해주니 노조가 할 일이 없어졌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대신 민노총은 요즘 국정감사장과 주요 대기업을 돌며 ‘재벌개혁’을 소리 높여 외친다. 고작 5% 지분으로 노동계를 좌지우지하는 민노총의 내로남불이다. 가장 주력하는 사업이 조직 확대다. 무노조 삼성과 포스코에 깃발을 꽂더니, 네이버·넥슨을 포함한 IT 업계에도 속속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해당 분야 기술력을 세계 선두로 끌어올렸고, 근로자가 높은 대우를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나마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간판 기업들이 ‘노조 리스크’에 휘둘린다면 국가경제에 큰 짐이 될 수 있다.

지금 세계 주요국이 최상의 경제성적표를 내는 사이 한국만 외톨이가 돼가고 있다. 투자·고용·수출 적신호 속에 성장 전망은 비관적이다. 청와대는 고용참사를 두고 “경제체질이 바뀌며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해 빈축을 샀지만, 문 정부야말로 경제체질을 바꾸는 통증을 감수해야 할 때다. 마차를 말 앞에 두는 사이비 성장전략은 버리고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에 매진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규제개혁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YB·OB 협공에 막혀 있지만, 문 대통령이 독려하면서 미미하게 한 발이나마 내딛고 있다.

문제는 노동개혁이다. 권력화한 노총이 노동시장을 틀어쥐고 있는 구조에서 90% 비노조원 근로자는 자신의 몫과 고용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노조원만 생산성을 초과하는 고임금과 철밥통을 누리는 비정상을 바꿔야 고용난을 줄이고, 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정규직 과보호 시정’을 줄곧 주문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노총 지도부 면전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으나, 문 대통령은 적폐라도 되는 양 노동개혁이란 표현조차 기피해왔다. 규제·노동 개혁의 양 날개 중 하나를 포기해선 혁신도, 성장도 이룰 수 없다. 노정 유착을 과감히 끊을 용기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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