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비핵화전 제재완화 없다” 원칙 확인

CBS 프로그램서 언급
“北서 뭔가 먼저 받아야”
단계적·동시적 조치 거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비핵화 이전 제재 해제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힌 데 반해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대북제재 문제를 놓고 한·미 간 충돌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오후 CBS 60분에 출연해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비핵화에 대해 이해했고, 동의했다. 그를 믿는다”면서도 대북제재 해제 문제는 검토하고 있지 않음을 다시 분명하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해제를 준비 중인지를 묻는 질문에 “아니다”고 답해 비핵화 이전 대북제재 해제는 없다는 원칙을 재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최종 목표이며 비핵화 이전까지 대북제재는 계속된다는 원칙을 밝혀 왔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만 한 채 보상만을 챙겨온 협상 전략에 다시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핵시설 신고와 핵물질 폐기·반출 등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에도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우리가 뭔가를 받아야만 한다”며 “김 위원장이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하고, 강제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떻게 사랑할 수 있나’라고 묻자 “나는 아이(baby)가 아니다. 김정은과 좋은 기운, 좋은 궁합을 가지고 있다. 더 이상의 위협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답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는 언급과 관련된 것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칭찬은 정치적인 수사라는 뜻으로 관측된다.

미국 기관지 성조지는 1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과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발언 등에서 드러난 대북 정책 이견으로 한·미 간 균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안 그레이엄 호주 로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성조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과 한국 간 균열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문제 등에서 한국에 우호적이었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