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미성년 건물주’ 5년새 1.8배로 증가

건보‘미성년 직장가입자’자료

소득·증여세 적게 내려는 꼼수
富의 대물림 현상 갈수록 심화

‘미성년 건물주’가 최근 5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15일 드러났다. 부동산을 매개로 한 부의 대물림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정식(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 직장가입자 전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임대사업자로 등록된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올해 8월 말 기준 249명으로 2013년 말(135명) 당시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 건물주는 2011년 148명에서 2012년 141명, 2013년 135명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성년자를 부동산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은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를 줄이는 이른바 ‘세테크’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미성년 부동산임대사업자 중 만 8세 미만의 유아·미취학 아동은 45명(18.0%)으로, 이 역시 2013년 당시 23명에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임대료만으로 연봉 1억 원이 넘는 사람은 총 24명(9.6%)이었다.

임대소득이 가장 높은 미성년 부동산임대사업자는 서울 강남구의 만 7세 사업자였다. 월 수익 3300만 원으로 연봉이 3억9600만 원에 달했다. 인천 연수구의 만 3세 사업자는 연 1억3400만 원의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다. 갓 태어나 돌도 넘기지 않은(만 0세) 서울 강남구의 한 유아는 월 140만 원, 연 1680만 원의 임대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측은 “편법 세테크이긴 하지만 불법은 아니므로 제재 수단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 의원은 “미성년자를 부동산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소득세, 장기적으로는 증여세를 과소납부하기 위한 대재산가들의 악질적인 세테크 수단”이라며 “선량한 서민들의 성실납세 의지를 꺾는 행위인 만큼 국세청은 미성년 임대사업자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