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78개월째 흑자지만…“저축대비 투자 부진 주의해야”

총저축 대비 총투자 비율 ‘뚝’
전문가 “기업투자 확실히 둔화”
IMF 등 韓성장률 잇따라 하향

경상수지 흑자가 만성적으로 지속하는 가운데, 수출 측면만 보면 긍정적이지만 국내 경제 전반으로 보면 저축에 비해 투자가 저조하다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8월에도 경상수지 84억3980만 달러 흑자를 달성하면서 사상 최장 78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고착화했다는 것은 총저축이 총투자보다 꾸준히 많다는 의미”라며 “주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기업투자는 확실히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해외에서 소비되는 규모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클 때 발생한다. 이 때문에 생산된 제품 중 국내에서 쓰이지 않고 수출로 넘어가는 분량이 그만큼 많아진다. 즉, 내국인이 저축하는 돈이 소비나 투자에 활용하는 돈보다 많을 때 경상수지는 흑자가 된다. 국내 투자와 내수는 부진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총저축과 총투자의 분기별 규모를 보면, 지난 2011년 3분기부터 지난 2분기까지 28분기 연속 총저축이 총투자 규모를 앞질렀다. 총투자가 총저축을 앞지른 마지막 시기인 지난 2011년 2분기를 지난 2분기와 비교해 보면 총저축이 112조8156억 원에서 152조573억 원으로 34.8% 증가하는 동안, 총투자는 115조158억 원에서 136조2109억 원으로 18.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총저축 대비 총투자의 비율은 102.0%에서 89.6%까지 낮아졌다. 저축에 비해 투자의 둔화세가 뚜렷하다.

최근 국내 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저조한 모습을 나타내면서 IMF(국제통화기금) 등 기관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안 연구원은 “지금과 같이 교역환경이 불안할 때는 내수와 대외 수요의 격차가 커질수록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