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적시한 美‘2차 제재 위험’경고, 심상치 않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김여정·김영철은 물론 북한 통치자금 담당 기구인 조선노동당 39호실 등 466개 대상을 ‘2차 제재 위험(Secondary sanctions risk)’으로 새롭게 규정하고, 이를 최근 공개했다.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 정권과의 관계 개선에 신중할 것을 요구하고, 유사시에는 미국과의 거래나 달러화 취급 등을 막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최근 방북 이후 제2차 미·북 정상회담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번 조치는 이런 기류와 상반된 것이어서 미국의 의도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직접 대상에 올린 것은, 그동안 ‘김정은에 대한 신뢰’를 거듭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와도 배치된다.

경제 제재를 담당하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지난 4일 대북 제재 리스트를 수정하면서 과거에는 없던 ‘2차 제재 위험’ 표식을 추가했다. 466개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북한 수뇌부는 물론 원유산업성, 노동성 등 내각의 경제 기관들과 광선은행 등 주요 8개 은행 등이 대거 포함됐다. 이번에 공개된 대상들을 제외하면 대북 교류·협력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미국은 그간 북한은 물론 이란·러시아 제재 때 세컨더리 보이콧을 발동해 제3국 개인이나 기업의 이란·러시아 거래를 제한했는데 이와 유사한 조치를 북한에 무더기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셈이다.

문제는 미국의 의도다. 이런 많은 개인·기관들과의 교류를 하는 곳은 현재 중국·러시아와 한국 정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한국 정부를 겨냥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앞서 미 재무부는 9·19 평양 공동선언 발표 직후 이례적으로 산업은행과 국민은행, 농협 등 국내 국책 및 시중은행 7곳과 전화 회의를 통해 대북 제재 준수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시중에는 ‘뱅크 런’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대놓고 “그들(한국 정부)은 우리의 승인 없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되풀이 강조했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범정부적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 해프닝 직후였다. 유엔군사령부는 이미 남북이 합의한 철도연결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한·프랑스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은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다. 남북관계가 과속하면, 한국이 대북 제재의 중심 역할은커녕 자칫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그런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